오유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오유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최근 모 연예인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이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커뮤니티, 언론에서 주로 다뤄지던 의견은 ‘안타깝고 슬픈 죽음’이었다. 마약 혐의자로 알려진 후 세상이 떠들썩했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져 나온 외도 관련 사생활 이슈는 대중의 눈이 돌아갈 틈 없이 해당 사건에만 붙들어 뒀다. 역시나 이 또한 큰 화제가 돼 각종 매체를 뜨겁게 달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살했다. 조사 결과 마약은 음성이었고, 무혐의 신분이었음과 동시에 마약 혐의와 관련 없는 사생활이 노출됐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데는 동의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찬가지로 유명 배우인 부인과 그 사이에 있는 자식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또 그 대화 내용 유출이 한낱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것 말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언론이 외도나 성매매 문제를 비판하거나 꼬집겠다는 대의를 갖고 녹음본을 공개했을까. 단독 보도라는 말머리를 붙여 낸 대화 내용엔 마약 혐의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만 있었을 뿐이다. 검찰의 지나친 압박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의견에도 일부 공감한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았더라면 죗값을 치르고 가족에게 헌신하거나 혹은 누명을 벗고 당당하게 재기할 수도 있었다. 그 죽음 뒤에 있었을 억울함과 압박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한순간에 포기한 목숨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회적 타살이라느니, 실수 한번 했다고 사람을 죽였다느니 하는 의견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사건 이후 많은 유명 인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추모 마음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 추모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고인이 개인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 공개돼 버린 좋지 않은 사생활과 달리 덕은 얼마만큼 쌓아 왔는지 대중은 알 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수 한번 했을 뿐인데 대중과 사회가 그를 죽였다’는 지점에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유출된 사생활은 비판받을 만한 일이었지 않나.

그렇다면 잘못된 행동을 한 쪽은 어디인가. 외도 당사자 혹은 언론이지 않은가. 마약 정황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사를 시작한다는 경찰 의견과 달리 마약은 음성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마약 정황이 확실하다’는 말에 동조한 대중이 그리 큰 잘못을 한 것인가? 공식 수사기관의 말과 이를 전하는 메이저 언론들의 보도에 대중이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유명 인사들이 날리던 비판의 화살은 과연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언론, 경찰, 검찰을 비판하는 유명인은 없다. 그들은 모두 유출된 사생활을 소비하고 그를 마약 범죄자로 낙인 찍은 대중이 반성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드러내며 글을 썼다. 그들이 목소리를 낼 대상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대중의 일부인 악플러들은 정치인의 부당한 처사에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에게는 ‘빨갱이’ 수식어를 붙였다. n번방 사건에 힘을 실으며 서명운동에 동참한 연예인들은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게 ‘꼴페미(페미니스트를 비하하는 비속어)’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토록 예민한 대중이 정작 방향 설정부터가 잘못된 채 제게 날아오는 화살을 맞으면서는 가만히 있는 형국이 아이러니하다. 판을 만들고 일을 키운 자들을 향한 비판 목소리는 전혀 없는 현실이다.

일례로 일제강점기 배경 드라마를 촬영한 배우가 올린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게시글에 일본인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이에 맞서기는커녕 ‘경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정의로운가? 이러한 일에는 중립을 지키며 ‘일본인들을 생각한다면 독립운동가 사진을 올리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수사기관과 언론을 향했어야 할 비판이 자신을 향하는데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 상황이 공존한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음에 따라 광복절에 태극기 사진을 올리는 유명인은 점차 줄고,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사진은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당신들이 사람을 죽였다’며 비판하는 글은 가감 없이 올라온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 그가 살아있을 때 마땅히 비판해야 할 대상을 비판했더라면 오히려 힘이 됐을지 모르겠다. 죽은 뒤 대중을 탓해 뭐하나. 정의와 부정의를 구분하는 판단력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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