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지역사회부장
이강철 지역사회부장

지난해 11월 인천경기기자협회가 마련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아시아권 최초 대마 합법국인 태국을 찾아 마약제도 변화에 따른 위험성과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점을 파악해 보자는 게 주된 취지다. 기자는 혹시나 모르게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문제 될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마를 취급하는 상점마다 이를 상징하는 길다란 ‘초록 단풍잎’이 그려진 로고를 표시한 덕에 이를 확인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유명 야시장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못 미더우면 ‘No Cannabis(대마초 안 돼요)’를 외치면 된다. "저 정말 (대마)마약인 줄 모르고 먹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따위의 답변이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통할 리 없다는 얘기다.

대마초 제조·판매 전문숍에서의 첫만남은 선명하다. (생)대마 향을 아직도 코끝이 기억한다. 비슷한 냄새도 맡아 보지 못해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특이하면서도 자극적인 향이 코를 쏘아댔다.

대마는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지거나 향을 흡입하면 인체에 어떤 반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걸 연기로 태워 흡입하면 문제다. 제조 방법(?)은 공개하지 못함을 이해하시라.

각설하고, 대마숍 직원과의 대화를 정리하면 환각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0.2% 이하로만 제조하는 규정을 엄격히 지킨다. 이곳을 자주 찾는 중독자는 거의 보지 못했고, 외국인 비율도 많지 않다.

대마숍 직원인 자신도 한때 대마초를 피웠다가 큰 감흥이 없어 끊었고, 이곳에서 일하면서도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중독성도 크지 않다고 했다. 이 직원이 자국 내 마약 전반을 대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오랜 기간 태국에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불법 마약(대마)이 양성화되자 청개구리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닌가 추측한다.

우리나라도 미국 같은 해외 사례처럼 대마를 의료용에서 기호용까지 합법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중독성으로 규제를 완화해 음지에 숨은 마약범죄자를 양지로 끌어내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발생한 무수한 사건·사고 중 이슈를 꼽자면 단연 ‘마약(痲藥)’이다. 배우 유아인을 시작으로 재벌 2∼3세들과 이를 처방해 준 의사들까지 마약 관련 사건·사고가 거의 매일 뉴스에 오르내렸다. 공익광고협의회도 20여 년 만에 마약 근절 캠페인 영상을 만들어 홍보했다. "청춘 끝, 건강 끝, 미래 끝, 젊음 끝 마약, 시작하면 인생 끝입니다!" 호기심으로 손댄 마약에 모든 걸 망친다는 외침이다.

마약사범은 매년 늘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적발된 사람은 2만2천4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10∼20대 마약사범도 전체 34.6%를 차지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고, 빈민층은 더 어려워지는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현상도 확산을 부추겼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유학생 급증과 함께 동남아 인력이 국내로 유입되며 마약 유통 환경이 좋아졌고, 돈벌이 꼬임에 넘어가 이를 운반·전달하는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님을 온 국민에게 각인시켜 준 ‘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악마의 선물’이라 불리는 마약(대마)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고민을 거듭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듯하다.

약으로 쓰여지다 오·남용하면 독이 되는 ‘신의 선물’도 있다. 술(酒)이다. 마약과 닮은 점이 많다.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흥분과 과도한 자신감에서 파생되는 공격성 때문에 온갖 범죄가 음주에서 시작된다. 

때론 중독성이 강하고 줄이기도 쉽지 않다. 금단현상도 비슷하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되고, 체중도 늘린다. 다음 날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정신과 신체 모두 만신창이가 된다.

이쯤 되니 우리 사회의 적인 마약과의 경계도 애매모호해진다. 해서 올해부터 술을 백해무익한 존재로 과감히 치부하겠다. 우리네 정신을 좀먹는 마약과 동일 선상에 올려놓겠다. 2024년 새해 금주 다짐을 온 독자들에게 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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