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최근 미국의 인종·성별·계급 분야 전문가인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경악했다. 그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라며 머리를 움켜쥐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대한민국은 2018년 이후 줄곧 1명 이하의 출산율을 유지했다. 그러니 매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출산율을 높여 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이미 무용지물이 됐다. 이제는 K-컬처로 인해 대한민국에 애정을 가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 소멸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

초저출산율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2700년께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예측된다. 반만 년 역사의 이 나라가 숱한 시련과 역경, 900번이 훨씬 넘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는데 이제는 내부적으로 국가 소멸의 강력한 요인을 안고 살아간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국가 지도층과 정치인들은 이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구체적인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인구문제에 획기적인 국가 비전 없이 땜질식 처방이나 중구난방의 소모성 정책으로 일관하니 그저 의아할 뿐이다.

현재 살 만한 선진국들은 한때 저출산으로 국가 위기를 겪었다. 그 대표 국가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던 프랑스는 이제는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합계출산율 1.8명을 유지한다. 출산율과 국가 경제력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영국이 한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 까닭도 모두 인구 폭발 덕분이었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이 G3의 국가 명성을 유지하면서 25년간 장기 침체를 겪은 이유는 급격한 출생률 감소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2050년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회의 평균연령이 계속 높아지면서 학교는 텅 비어 가고 요양원은 꽉 차게 될 것이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몰런드는 「인구의 힘」이라는 명저로 유명하다. 그는 "2040년에는 한국인 중위 연령이 50세에 이릅니다. 젊은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라고 진단했다. 또 "사회적 압력으로 한 나라를 멸종에서 구해야 한다면 그 나라는 지켜질 필요가 없다"는 직언에 우리는 그저 뒷골이 서늘함을 감지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인 국가 정책 강화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나혼산’ 방송으로 국민의 호기심을 높이고 재미를 충족시키는 기획은 멈춰야 한다. 프로그램 성격상 오락성을 가미해 다양한 연출 기법을 적용하고 혼자만의 삶의 자유와 편리함을 부각시킨다. 이는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 동기를 떨어뜨려 갈수록 ‘나 홀로’ 문화를 확산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아무리 경제적·사회적·교육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꺼린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 원리를 무참히 무시하고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사는 것을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노출하며 대중문화로 확산시키려는 것인가? 국가가 있고 그 속에 개인이 존재할 수밖에 있다. 아무리 문제들이 얼기설기 얽혔어도 각종 ‘나 홀로’ 생활을 자극하고 동기화시키는 방송은 세계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선진국 대한민국을 최초 국가 소멸로 이끄는 강력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구가할 수 있기에 5천 년 역사의 국가 존립을 멈추게 하는 불행을 엔터테인먼트라는 명분으로 가장해 더 이상 국민 의식을 부채질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KBS ‘고려거란 전쟁’의 역사극이나 이순신 장군의 죽음으로 지켜 낸 임진왜란 막바지 ‘노량’ 영화를 보면서 대한민국은 그저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는 전 국민적 자긍심을 갖고 2024(갑진년) 용의 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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