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양평 선거구는 경기도에서 보수세가 강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역대 국회의원 대부분이 보수정당에 몸담았으며, 선거구 개편 뒤 치른 20대 총선부터도 내리 보수진영이 수성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여주시와 양평군 기초단체장 자리에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항진, 정동균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진영 표밭에 진보정당이 깃발을 꽂으며 지역 정치 지형에 변화가 일었지만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득표율 13.25%P 앞섰다. 같은 해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이충우, 전진선 후보가 여주시장과 양평군수 자리를 탈환했고, 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22.03%P 격차로 김동연 후보를 앞서며 보수텃밭임을 확인했다.

현재 여주양평 국회의원 자리는 공석이다. 22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난해 5월 김선교(64) 국회의원이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벌금형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은 무죄를 받아 피선거권을 유지해 출마가 가능하다. 의원직 상실로 무주공산이 돼 지역 정가가 어수선한 시점에 김 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총선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김 전 의원은 그 뒤로 지역 활동에 집중하며 민심을 훑었다. 지난 11월 6일에는 본인이 쓴 책 「현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어 40여 년 공직생활에서 느끼고 겪은 현장 이야기와 여주·양평의 구체적 비전을 담은 책을 소개했다. 이어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12월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 전 의원은 "양평에서 태어나 자라고 현장에서 일하며 여주시와 양평군 현안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대한민국에서 규제가 가장 많은 여주시와 양평군 주민들이 행복하려면 지역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출마 재도전을 마음먹었다"고 출마 의사를 알렸다.

이에 맞서 이태규(60)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여주시, 오후에는 양평군 브리핑룸에서 국회의원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고향은 양평, 외가는 여주인 이 의원은 두 번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수행한 경험으로 지역 현안을 해결해 여주시와 양평군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20대 이어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과 제6정책조정위원장, 국회에서는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는다.

이 의원은 "선거 출마 의지를 알린 뒤 만나는 지역 주민들은 하나같이 지역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지역 정치와 행정은 규제 탓만 하며 주민 욕구 해결에 제 노릇을 다하지 못한다"며 "선거 때만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정치인들은 여주 양평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중앙에서 정치한 경험으로 게으른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지역 구성원들과 합의해 여주시와 양평군의 10년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경희(69) 전 여주시장도 여주·양평 국민의힘 공천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민선6기 여주시장으로 당선된 원 전 시장은 임기를 마친 뒤 2018년 여주시장 재선에 도전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 경선 문제를 꼬집으며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29.4%를 얻어 낙선했다. 지난해 12월 8일 국민의힘에 복당하며 지역정가 복귀에 기지개를 켠 원 전 시장은 이달 4일 지지자들과 함께 여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그는 "여주시장 임기를 마치고 한국세무사회장을 하는 동안 여주시가 발전을 많이 못했다. 양평도 마찬가지며 앞으로 두 지역을 전 세계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양평군은 서울∼ 양평고속도로 문제 해결, 여주시는 시민들 삶의 질을 해치는 각종 공해유발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며 "지역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체계를 만들어 어젠다로 설정하고, 필요한 정책을 결정하며 어려운 지역경제를 활발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박광석(69) 국민의힘 경기도당 조직본부장도 지난달 27일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공천 경쟁에 깜짝 등장했다. 다양한 출신들이 국회에서 일해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안이 나온다며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규제로 발전이 더딘 여주·양평이 인구소멸 위기를 걱정하는 지역이 아닌 누구나 꿈꾸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며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수도권 정비계획법같이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규제를 완화시켜 젊은이들이 꿈꾸는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최재관(56) 지역위원장이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맞대결을 기다린다. 지난달 12일 여주양평 선거구에서 가장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 지역위원장은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여주로 귀농해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을 했다. 친환경 급식 관련 활동을 하며 공로를 인정받아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으로 보냈다. 그는 지난 총선에 출마해 40.17% 지지를 받았지만 54.97%를 득표한 김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최 지역위원장은 "기후위기로 농민의 피해가 크다"며 "여주시 양평 모든 마을에 농촌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펼쳐 농촌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기업 유치로 RE100 관련 일자리를 만들어 50만 인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 지역 현안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에 줄곧 목소리를 내던 최 지역위원장은 "원안대로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정동균(64) 전 양평군수가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정 전 군수는 출마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여주·양평=안기주·이은채 기자 ankiju@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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