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유족인 김태종 씨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유족인 김태종 씨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2심에서 유죄판결이 이뤄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안승훈·최문수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들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회사 관계자들 11명에 대해서는 금고 2년∼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완전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98명이 폐질환이나 천식 따위를 앓게 하고, 그 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하지만 2021년 1월 1심은 CMIT·MIT가 폐질환 들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 피해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심 재판부는 "전문가들 연구를 고려하면 CMIT·MIT가 이 사건 폐질환 또는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의 구체적 인과관계 신빙성도 인정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판결 뒤 일부 피해자 가족은 이들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검찰에 상고를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 피해를 본 사건으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천691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천262명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연구에서는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해 1994년부터 2011년 사이 사망자 2만366명, 건강피해자 95만 명, 노출자 894만 명으로 추산됐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7월 조사한 경기도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2천482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533명으로 피해자 5명 중 1명이 사망했다.

앞서 2016년 9월 조사한 내용에서는 도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1천261명(사망 216명)이었지만 7년 새 피해자와 사망자가 2배가량 증가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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