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인천 남동구 남촌농축산물도매시장.

"예년 이맘때 귤이랑 딸기를 싸게 샀던 생각을 하고 시장에 왔는데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어요."

15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드물게 과일 가격을 묻는 손님들은 비싸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나기 일쑤였다. 가판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은 설을 한 달 앞두고 치솟는 과일값에 시름이 깊어졌다.

상인 김모(53)씨는 "올해 이상기후가 심해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어 경매 가격이 워낙 높다"며 "오는 손님들마다 비싸다고 난리니, 대목을 앞두고 품질 좋은 제수용품을 확보해도 팔지 못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산 사과·배 저장량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사과 저장량은 후지 생산량이 줄어 31% 감소한 20만3천t 내외로 추정한다. 지난달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했다. 일조량 부족으로 불량과와 병 발생, 우박 피해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과일값이 모두 오르자 제철을 맞은 감귤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 덕분에 감귤값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당 감귤 평균 가격은 2022년 1천862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2천344원으로 올랐다.

이날 농수산물시장 일반 과일 소매가격(제수용 제외)은 사과·배 10개 2만~3만 원, 감귤 5㎏ 2만 원, 딸기 1㎏ 1만4천 원 정도였다.

소비자 한모(59)씨는 "예전엔 귤을 (한 상자에) 1만 원도 안 되게 샀었는데 요즘은 알이 작은 물건도 2만 원은 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공급량 자체가 줄어 설 성수품인 고품질 제품들은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상황이고, 일반 과일들도 저장물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설 명절 준비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농축산물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도매시장 영업시간을 조정해 시민 편의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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