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수필가
박영조 수필가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이 하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고통을 이겨 내는 만병통치약과 같음을 느낀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묘약이다. 작은 목표들을 실행하며 그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 소소한 행복을 만들고, 그 행복들이 모여 큰 행복을 만들게 된다고 믿으니 행동을 멈출 수 없다. 이 세상에 순탄하기만 한 삶은 없다. 생각지 못한 불행이 잇달아 우리 삶을 덮치기도 한다. 이런 역경과 불행에 사사건건 휘둘리면 운명을 원망하고 무의식 중에 살아갈 의욕마저 잃게 된다.

무엇이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가? 도스토옙스키는 "어떤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싶으면 그에게 완전히 무의미하고 불합리한 일을 주어라!"라고 했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제임스 답슨은 「Bring up Boys(내 아들을 남자로 키우는 법)」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 근처 어느 수용소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산(山)을 파서 옮기고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은 작업에 투입된 포로들은 얼마 후 자살하거나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이들이 다수 발생했다. 장기간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자 포로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자기 존재 가치를 망각하고 공허함에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과 가치에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틈틈이 일의 가치를 일깨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존재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의미도, 성과도 없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면 직장인, 전업주부 할 것 없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허탈감뿐이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나?’ 고민하게 된다. 구성원이 공허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리더는 구성원이 하는 일과 조직 상황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명령체계가 중요한 조직에는 ‘왜 명령과 복종이 필요한가!’를, 근무환경이 열악한 조직에는 ‘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가’를 이해시켜야 한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조직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부여하라. 예를 들면 NASA 경비원은 ‘달에 여행 가는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디즈니랜드 청소부는 ‘퍼레이드나 놀이시설 연출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작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이들은 직급과 업무의 직접적 중요도와 관계없이 조직을 위한 일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자각해야 진정으로 조직 발전에 이바지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찾기 예를 들어보자. 건강이 화두가 되자 코카콜라&펩시에 "성량과 함량을 공개하라!", "학교에서 판매하지 말라!", "용기 크기를 줄이라!"는 비난이 쇄도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어떻게 심어 줄까? 두 회사는 직원들에게 기업의 ‘선한 목적’으로 코카콜라는 ‘행복을 여는 기업’, 펩시는 ‘즐거움을 파는 회사’를 강조했다. 코카콜라&펩시는 비용 절감, 고객 건강을 고려해 설탕을 대체할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세계보건기구 출신 공중보건 전문가를 영입해 고객과 직원들에게 자사 상품이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는 가치를 전달했다.

개인의 존재 가치를 찾아라! 가치 찾기 질문 4단계는 먼저 이 일에 감사한 점은 무엇인가? 둘,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인가? 셋, 이 일이 본인에게 왜 중요한가? 넷, 이 일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공동체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시기에 구성원들에게 ‘훗날 지난 삶을 돌이켜볼 때 좋은 학교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뿌듯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일은 가치 있고 소중한 활동’이라는 생각을 공유했고, 지금도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만나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치 찾기 질문을 하면서 조직과 일에 대한 보람을 회복해야 한다. 마음의 자율성을 성장시켜 일에 더욱 몰입해야 한다. 삶의 자율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스스로 가치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감사, 목적, 중요성, 의미 등 가치 찾기 질문을 활용해 조직과 일에 대한 열정을 회복하기를 새해 아침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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