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국내외 북한 전문연구기관이나 단체, 전문가들은 나름대로의 논리(論理)나 방증자료를 제시하면서 북한 내부 주요 인물의 동정(動靜)과 대내외 정세 변화와 관련한 예측이나 전망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견(私見)이나 선입관(先入觀), 과거 사례에서 연원(淵源)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실상(實相)’에 근접(近接)하지 못해 현실과의 간극(間隙)이 크게 벌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여러 가지 난점(難點)이나 제약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등에서 ‘북한’만을 대상으로 40년 이상 연구해 온 전문가 시각에서, 그리고 실체적 경험을 체득하기 위해 직접 북한 측 인사와의 회담이나 대화, 특히 ‘식량 배급 현장’을 수십 회 다녀온 필자는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2024년의 북한’을 나름대로 조망(眺望)해 보고자 한다.

북한의 변화 가운데 가장 핵심적 사항은 바로 13년 차에 접어든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인 ‘김정은’의 통치 리더십과 그의 건강에 관한 것이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에 이르는, 70년이 훨씬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절대권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북한 사회가 크게 흔들리거나 체제 이완 현상 등이 발생할 개연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재로서 체제 이완이나 붕괴 등의 전조(前兆)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더욱이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 발사현장에 김정은과 함께 처음으로 혜성(彗星)처럼 등장한 그의 딸(김주애)을 ‘제4대 후계자’로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과연 북한이 올해 중 대남 도발을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로 감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우리나라와 관련해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이며…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언명한 이후, 주요 군 지휘관을 만난 자리(12월 31일)에서는 "언제든지 무력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하라"고 했고, 군수공장을 직접 현지 지도(1월 8∼9일)한 자리에서는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 주적으로 단정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정리 작업이 하나둘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북한의 외화 사정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6년째 이어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발병(發病) 이후 3년여 간의 국경선 전면 봉쇄에 따른 여파(餘波)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징후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 전 세계에 있는 재외공관 53개 중 7개를 순차 폐쇄한 데서 나타나며, 일각에서는 올해 중 철수할 공관이 10여 개에 이르리라 관측할 정도다.

이럼에도 북한은 체제 유지와 옹호의 ‘버팀목’이라 할 최고위층에 대한 ‘선물용’으로 보드카 등 고가(高價) 주류는 물론이고 시계·화장품·자동차 등 사치품을 국제사회 감시망을 피해 가면서 지속 반입해 충성심을 고취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열악한 식의주 사정에 직면한 일반 주민의 경우 이마에 주름살이 더욱 짙게 패이는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런 열악한 주민들의 생활은 "인민들은 배부르면 다른 생각(?)을 한다"는 김정은을 비롯한 극소수 최고위층의 미망(迷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올 한 해 북한에서의 변화는 ‘군사대국’ 부상(浮上)을 위한 제7차 핵실험 감행, 주요 계기를 원용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특수부대 잠입(潛入)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해 더더욱 큰 경계심을 갖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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