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지난겨울보다 눈 내리는 날이 비교적 적은 탓일까. 가끔 내리는 눈이 반가웠다.

십수 년 전 이맘때 눈이 오면 신난 강아지처럼 밖으로 나가 없는 약속도 만들어 놀자 판을 만들었다. 

겨울이면 늘 강원도 스키장에 가고 곳곳을 누비며 놀았다. 나름 유명한 전문가에게 전수받은 기술은 까마득한 기억 속에 숨어 버려 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다.

그렇게 신나고 즐거웠던 겨울과 눈을 대하는 마음이 이제는 그때와 달라졌다. 그저 "오늘 차 막히겠구나!", "앗, 어제 세차했는데!" 같은 불평이 먼저 나온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변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신체가 그렇고, 취향이 그렇고, 인간관계가 그렇다.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젊음은 그저 받아들여야 하지만, 인간관계는 안타깝기 그지없어 붙잡으려다 마음만 다친 일이 적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 오갔던 정, 함께한 많은 날들에 쌓인 추억을 기억 저편으로 묻어 둬야 하는 안타까움. 끝이 난 인간관계를 돌이켜 보면 지난 시간이 허무하기 짝이 없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잘 지내려고 애쓰던 마음이 꼬이고 꼬여 아팠던 기억. 그런 기억들이 쌓이니 이제는 혼자를 택하게 된다. 

또 함께하면 즐겁지 않은데 표면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편해도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해야 하는 관계도 있었다. 동창이란 이유로, 어릴 적 친구란 이유로 잘 맞지 않는데 억지로 가깝게 지냈던 인연들은 모두 정리했다.  

지금까지 만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좋은 사람과는 어떻게든 이어지고,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말자. 사람과 사람 관계는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게 두고 너무 애쓰지 말자. 인연이 안 될 사람에게 상처받지 말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자.

가장 중요한 관계는 바로 자신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그렇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원하는 걸 찾고 즐거움을 연결시켜 살아야 행복하다. 행복은 저절로,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나에게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고 예쁜 마음을 건네 보자. 우리 삶이 훨씬 더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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