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누구나 한번은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 말의 선택으로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부적절한 단어를 선택했거나, 상황에 따른 논리적 설명을 하지 못해 난처했을 것이다. 가벼운 대화로 세련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유창한 토론과 발표를 하는 사람을 신기하게 바라본 적도 있을 것이다. 평생을 사용하고 길들인 말이지만, 타인의 호감과 설득을 유도하는 세련된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쩌면 1988년 출간해 170개국 82개 언어로 번역된 파울로 코엘료의 저서 「연금술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산티아고가 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 뜻을 거부하고 이집트 피라미드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다. 산티아고가 긴 여정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성장 소설이다. 사막을 횡단하던 중 만난 연금술사가 포도주를 권하는 장면은 평생 사용하는 정제된 언어의 선택이 왜 중요한지 사색하게 만드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 연금술사는"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라며 정제된 언어의 상징적 가치를 표현한다.

연금술이란 비금속을 금과 은의 귀금속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소설에서 연금술은 인간을 귀금속과 같이 고귀한 인간으로 제련하고 승화시키는 과정을 함축적 의미로 표현한다. 사람 입에서 나오는 거친 말,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찬 말, 남을 비방하고 모략하는 말, 기만하고 속이는 폭력적인 말을 제련하고 정제하는 것이 언어의 연금술이다.

언어의 연금술은 언어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제안한 언어 놀이와 유사하다. 그는 현대인의 소통과 의미 부여는 언어의 선택과 활용인 언어 놀이를 통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가 세상 모든 대상을 표현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그 이유는 단어 개념을 규정하기가 어렵고, 불가능한 추상적 단어 사용은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인의 언어는 진영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해석의 혼돈을 유발하는 정제되지 않는 단어 선택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그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조언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언어의 연금술을 주문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말 한마디가 천금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화려한 말솜씨보다는 심금을 울리는 정제된 말 한마디의 힘을 강조한 표현이다. 거친 표현과 기만의 단어 선택보다는 사색의 쉼표를 찍는 말 한마디를 주문하는 경구다.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메시지 전달보다는 의중이 명시적인 언어 구사를 요구한다.

최근 34살 나이로 프랑스 총리가 된 가브리엘 아탈의 정치적 수사학이 화두다.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정치적 개념과 무분별한 수치 사용에서 벗어나 간결하고 쉬운 단어 선택으로 정책을 설명하면서 시민의 호감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책의 핵심 내용을 3분 안에 간결하게 설명하기 위해 검증된 정보 기반의 논리적 설명으로 시민 공감을 유도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을 설득하는 정치인의 수사학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는 논리적 정당성이 필수 요건이다. 자신의 명분과 사리사욕을 채우는 설득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는 정치적 담론이다. 둘째, 타인을 설득하는 접근 방법론의 아름다운 미학이다. 거짓 정보와 기만으로 자신의 논리를 과대 포장하지 말고 시민 공감을 유도하는 설득의 예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좌우의 이분법적 사상과 팬덤 정치에 함몰된 한국 정치인의 수사학에는 논리적 정당성과 설득의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진영 논리를 관철하는 거짓과 오류의 논리적 비약과 궤변이 난무한다. 상대 진영의 논리를 무력하게 만들고, 상대방의 생각을 거짓의 논리로 둔갑시키고 기만하는 단어 선택에 집중한다. 팬덤 정치의 환호에 중독되고, 기득권의 달콤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정치적 식견이 높아진 시민들이 요구하는 주문은 간결하다. 기성세대 정치인의 문법과 수사학에서 벗어난 참신하고 새로운 정치적 언어다. 팬덤과 진영의 이분법적 프레임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언어의 연금술을 실천하고, 세련된 언어의 품격을 수용하는 시대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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