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집 옆의 도서관을 방문했다. 노트북을 가져가 일하면서 카페에서 사 간 커피를 홀짝거리며 자료를 찾고 책을 펼쳐 보는 여유로움의 호사를 누렸다.

비치된 여러 분야 책을 골라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읽지 않아도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았다.

학창시절 입시 공부의 부담을 안고 방문하던 곳에서 성인이 된 후 문화·여가를 즐기려고 찾는 곳으로 목적이 달리지니 도서관을 접하는 마음도 한결 가볍다.

집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서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도서관이 시·군에 한두 개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공부하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 타고 도서관을 방문해 문 열기를 줄 서서 기다리고, 소액의 입장료까지 내면서 들어갔다. 자리가 꽉 차 씩씩대며 돌아가는 날도 수두룩했다.

지금은 웬만한 도시에는 마을 단위로 도서관이 있고, 건물 설 곳이 없는 경우 이동도서관이라도 운영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소규모라도 독서실이나 작은도서관이 들어섰다.

2001년부터 2년간 방영된 TV 프로그램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덕분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기면서 전국에 독서 붐이 일어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만든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리려고 지자체, 느낌표 프로그램과 협력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7개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20년 전 방영했던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지금까지도 도서관 건립 활동을 진행 중이라니 놀랍다.

현대사회는 독서 외에 여행, 맛집이나 카페 투어, 쇼핑 등 즐길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더불어 유튜브나 OTT 프로그램, 각종 SNS 활용을 통한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참여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러한 영상물과 문화·여가생활 외에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사색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독서를 통해 자신을 채우는 것도 좋은 습관인 듯하다.

생각보다 도서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작가나 일반인들의 경험이 녹아든 재밌고 유익한 내용의 책들이 많다.

게다가 도서관에는 단순히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 행사와 축제 안내, 시즌별 북콘서트와 다양한 분야 강의 등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주민에게 참여 문을 넓게 열어놨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마음의 양식을 섭취해서인지 기분이 좋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독자들도 도서관을 찾아 즐기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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