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하는 작품이 있다. 배우들의 완벽한 하모니, 빈틈없는 서사,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 전체적인 완성도와 메시지 등 매번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있다. 영화 ‘대부’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 최고작으로 꼽는 이 영화는 2022년 개봉 50주년을 맞이했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 다시 봐도 여전히 감탄하는 이유는 마피아 소재라는 표피 아래 흐르는 서사의 보편성에 있다. 특히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끝내 벗어날 수 없는 한 인간의 비극 사사가 인상적이다. 

3부작으로 전개되는 영화 ‘대부’는 96년에 걸친 방대한 이야기 속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의 실패와 성공, 가족애, 충성심, 탐욕, 복수 등 많은 내용을 다뤘다. 오늘은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선 한 인간의 운명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야외 결혼식을 하기 더없이 화창한 날씨 속에 신부 아버지 집은 하객들로 가득하다.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와는 달리 서재의 공기는 어둡고 무겁다. 장의사 보나세라는 자신의 딸이 당한 무자비한 폭행에 대한 복수를 비토 콜레오네에게 청한다. 비토는 뉴욕의 5대 마피아 중 가장 막강한 세력을 지닌 이탈리아계 조직의 수장이다. 비토는 3남 1녀를 뒀는데, 다혈질인 첫째 아들 소니는 아버지를 이어 조직을 이끌 예정이고, 다소 유약하지만 둘째 프레도도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다. 딸과 결혼할 사위 또한 조직세계에 관심이 많다. 반면 셋째 아들 마이클은 가족 사업에 무심하다. 

2차 대전에 참전한 전쟁영웅인 그는 비즈니스라는 명목 아래 벌이는 범죄행위가 못마땅해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일에는 거리를 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비토가 상대 조직원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첫째 그리고 배포가 없는 둘째를 대신해 셋째 마이클이 치밀하고 냉철하게 복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그토록 엮이고 싶지 않았던 일이지만 아버지 피습 사건은 마이클을 조직세계로 이끈다. 복수에 성공한 마이클은 이후 보복 대상이 돼 아내와 큰형을 잃고 만다. 그렇게 마이클은 자신이 원하던 평범한 삶을 뒤로하고 비정하고 잔인한 조직의 보스가 된다.  

마리오 푸조가 1969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1972년 개봉한 영화 ‘대부’는 아버지 비토 콜레오네의 권력이 아들 마이클에게 이양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압권은 그 변화의 모습을 담아낸 깊이에 있다. 순수한 20대 청년 마이클이 냉혹한 조직의 보스가 돼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두꺼운 벽을 눈빛으로 뚫어버릴 듯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변화에 앞서 마이클 앞에 던져진 비극적인 운명의 딜레마를 이 영화는 너무도 훌륭히 포착했다.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사랑하는 가족, 아버지의 부상을 보고도 모른 척 덮어 둘 수 없는 상황은 선과 악,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마이클이 느끼는 심경과 처지를 대변한다. 

3부작으로 구성한 대부 시리즈는 1부에서는 새로운 대부의 탄생을, 2부에서는 아버지 비토가 이룩한 왕국이 마이클 시대에 어떻게 와해되는지, 3부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마이클의 최후를 다룬다. 폭력배를 우아하고 멋지게 표현해 범죄자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는 폭력의 악순환이다. 그 시작인 대부 1은 선의 영역에 있던 마이클이 악인이 되는 과정을 퍼즐 맞추듯 정교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그린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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