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주 변호사
박노주 변호사

인간이 흥분하는 상황이 되면 분노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은 ‘생존’을 위해 위험한 대상과 싸우거나 도망가도록 몸 상태를 바꾸게 한다. 순식간에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셈이다.

일단 하이드가 되면 악마와 같은 행위를 피하지 못한다. 지킬 박사는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 하이드가 되지만, 흥분하면 육체 자체에서 분비된다. 흥분하는 경우, 그 상황이 생존을 위해 육체를 짐승과 같이 변화시켜 상대를 물어뜯을 일인가 자문할 일이다. 흥분하면 이성이 작동을 멈춘다.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많다. 흥분한다는 것은 이성이 노르아드레날린에 질식됐음을 뜻한다.

언행은 마음의 본모습이 표출되는 것이다. 흥분 상태에서 언행을 하면 술에 취한 사람처럼 추해 보인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사람들은 이를 그 사람 실체라 생각한다. 억울하면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매일 성찰할 일이다.

흥분하는 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 내면에는 야성이 숨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야성이 이따금 깨어나 흉측한 인간으로 돌변한다. 이러한 때에는 그토록 자랑하던 이성이나 인격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흥분 상태에서 타인의 잘못을 탓하는 것은 개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복하는 것이다. 아무리 흥분한 상태라도 언행을 천천히 평온하게 할 일이다. 그러면 흥분이 점차 가라앉아 실수를 줄이게 된다.

흥분 상태에서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은 폭발적 언행이 가장 두렵다. 그 언행이 그 사람의 본성인가, 악마의 소행인가.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흥분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짧은 인생에 한순간이나마 불안정한 마음상태로 지내는 건 결코 현명하지 않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수 없다면 자기 자신도 그 상황의 부적응자이거나 불안정한 상태를 조성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옳은 의견이라도 흥분하거나 화를 내면서 표현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 정신 수양이 부족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흥분하면서 말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여부는 생각지 않고 우선 반감부터 갖게 된다. 이 경우 진리나 진실을 밝히기 어렵게 되므로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가 된다.

사람에게는 정열이 내재한다. 그러나 이는 가치중립적이다. 정의로 분출할 수도 있고, 불의로 분출할 수도 있다.

흥분 상태에서 그리고 열정적인 상태에서 뛰어난 작품이 창조되기도 한다. 창조의 세계는 험난해 맨 정신으로는 걸어가기 어렵다. 신은 흥분하는 자를 통해 뛰어난 문학과 예술을 창조하도록 한다.

지나치게 흥분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야성의 분출을 방어하는 방어장치가 고장 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이러한 상황을 속히 피하는 게 좋다.

흥분하는 사람 앞에서 똑같이 흥분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흥분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끝까지 차분하게 사태를 풀어 가야 한다. 이러한 단계에 오르려면 많은 세월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면 점차 득도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토론할 때 흥분하는 사람은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패배자다. 흥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상대방과 비교할 때 의견에 합리성이 부족하거나 인성이 부족하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할 일이다.

참선이나 정신 수양은 감정을 자제하는 좋은 훈련이다. 흥분할 상황에 흥분하지 않는 사람은 득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불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공직을 얻었는데 감정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부당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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