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호 청운대 사회복지학과교수
정정호 청운대 사회복지학과교수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전 세계에서도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중 하나가 됐다. 거기에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이 2022년 기준 3.7건으로 이미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년층의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전망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듯하고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아이를 낳기 좋은 사회’란 ‘태어난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의 다른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들의 존중과 사랑 속에서 자라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 삶을 사는가? 

2020년 기준 아동빈곤율 9.8%, 2021년 15∼17세 청소년 자살률 9.5%, 자신의 삶에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믿는 아동 비율 66.8%, 청소년 폭력 피해율 2020년 5.9%, 2021년 아동학대 건수 3만7천605건, 피해 인원 2만7천416명. 우리나라 아동들의 현황을 보여 주는 대표 수치들이다. 2020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목표인 ‘아동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한 듯싶다.

인천광역시는 어떠한가?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는 2021년 기준 18세 미만 아동 인구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8%로 경기, 서울, 경남에 이어 4번째로 아동 수가 많은 지역이다. 동시에 아동학대와 보호대상아동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천시는 2021년 기준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3개 지역 중에서 학대 피해 아동 발견율이 6.4명으로 가장 높고, 보호대상 아동 발생률 역시 아동인구 10만 명당 33.1%로 서울·경기보다 높다. 또 전국 18세 미만 인구 10만 명당 아동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 비해 인천은 21.3%로, 서울과 경기는 물론 전국 평균인 20.6%보다 높다. 

인천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지속 증가할 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중 아동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2022년 인천시 기초생활보장수급 아동인구 비중은 전국에 비해 1.1%p 높았고, 비수도권에 견줘도 0.6%p 높다. 

빈곤과 학대는 아동들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동들이 빈곤과 학대를 경험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건강하게 양립하지 못하게 만드는 다양한 사회제도와 사회의 무능력이 개인의 특성과 중첩되면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위험은 사회적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사회보장기본법(제3조와 제5조)에서도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한다. 

아동·청소년 예산은 전년 대비 약간 감소했으며, 그 정도는 전년 감소 추이와 유사하다. 이는 아동인구 감소를 고려한 자연 감소로 이해하는 게 적절하다. 하지만 대표적 약자인 아동·청소년 예산을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약자복지 기조와는 배치되는 예산편성이라 할 수 있다. 교육예산을 제외한 한국의 아동·청소년 예산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동·청소년 복지예산은 감소분의 적극 사용을 넘어 더 많이 확대돼야 한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 복지 맥락에서 아동발달지원계좌,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체계 구축, 난임부부 지원, 미숙아·선천성이상아 지원, 25인 이상 지역아동센터 추가 인력 지원 등의 예산이 크게 증가한 점은 약자 복지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할 만하나,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비와 학교돌봄터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고 아동 관련 연구비를 대폭 삭감한 것은 약자 복지와는 배치되는 예산편성으로 보인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교육적·지역적 격차가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격차 해소로 아동들이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회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아동정책에 사용하는 예산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국비 30.2%, 지방비 69.8% 정도로, 예산 중 지방비 비율이 전국 평균인 73.6%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자체 예산이야말로 해당 지자체(장)의 실제적 관심과 노력을 보여 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데, 인천시는 아동정책과 아동복지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지 않은지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4년은 푸른 용, 청룡의 해라고 한다. 올해는 인천시가 우리 지역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들이 청룡의 기운을 품고 성장해 나가도록 넉넉하게 지원하는 안전한 지역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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