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대형 참사와 인명 피해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3년간 인류는 코로나를 비롯해 기후 붕괴, 전쟁, 지진, 화재 등 종말적 전조 현상을 쉼 없이 겪었다. 로이터통신은 이 기간에만 50억 명이 더 가난해졌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2022~2023년 18억4천만 명이 가뭄에 시달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2억5천8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을 겪는다고 밝혔다. 인류가 초래한 재앙으로 사회 약자가 고통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의식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부와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자기중심주의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기후온난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 생존의 문제다. 연초부터 들려오는 홍수, 가뭄, 한파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임계점을 넘은 온난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하지만 각국 대처는 놀라울 정도로 느슨하고 태평하다. 안보 지형도 예사롭지 않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선에 이어 예멘 반군의 테러와 미·영의 보복 공습, 긴장이 고조되는 남중국해, 김정은의 공세적 도발이 그런 예다.

이 모든 게 공존공영의 공동체 의식을 저버리고 배타적 자기중심주의에 치중한 결과다. 이러한 심각성을 반영하듯 올해 54회째를 맞은 다보스포럼이 ‘신뢰 재구축’을 주제로 토론과 발표를 했다. 포럼 주최 측은 세계 경제학자 5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올해는 미·중 패권 경쟁과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이 경제권역을 가속적으로 분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자의 70%는 이들 분열이 올해 더 심화되고, 80%는 이런 갈등이 세계경제에 변동성을 유발하리라 내다봤다. 

결국 경제도 소이(小利)적 사고의 자기중심주의에서 탈피해 공동체 의식으로 무장할 때 지속가능하지 않나 싶다.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다. 포럼에서도 지적했듯 옳은 일과 시장에서의 성공은 별개 문제다. 도덕이 아니라 이윤과 성장 기회가 자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가 공감할 일관성 있는 기준과 제도를 별도로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갈등,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해법도 여기에 달렸다. 당연히 그 첫 단계는 포럼의 화두인 ‘신뢰 재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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