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상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최윤상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서 노동3권을 명시한 규정이다.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에 관심이 갔다. 노동조합에 관한 오해를 해소하기도 하고, 왜 그들이 지금 모습이 됐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나아갔다.

노조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다. 기업의 세계관과 노조의 세계관은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가 같을 수 없는 것처럼 다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극대화임을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노동조합 목적은 근로자의 권익 향상이다. 기업이 필요 이상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노동조합이 근로자 권익 향상을 뒷전으로 하고 사용자에게 순응한다면 어용노조에 불과하다. 노조법은 이러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부르며 사용자를 처벌한다. 다만, 노조와 근로자들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권리를 남용하지 못하고, 부수적 의무로서 성실하게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

근로자 권익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 등을 위한 교섭인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법은 단체교섭 결과물인 단체협약을 사업 내 법규범으로 보며, 사용자가 작성한 복무규율인 취업규칙에 우선한다. 한편, 단체교섭이 결렬되고 노사 모두 더 이상 교섭이 불가능한 노동쟁의 상태가 되면 노동조합은 단체행동권을 행사해 쟁의행위를 일으킬 수 있다.

쟁의행위를 위해서는 주체, 목적, 수단, 절차의 정당성을 갖춰야 하며, 그래야만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노조법 제3조와 제4조에 의해 민형사상 면책을 받을 수 있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신청과 조합원들의 파업 찬반투표 등 쟁의행위까지 나아가려면 복잡한 절차를 넘어야 한다. 쟁의행위 기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을 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의해 임금이 지급되지 않기에 노동조합에도 장기간 파업은 대가가 크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동조합은 현대차노조일 것이다. 빨간 띠를 머리에 묶고 투쟁 가요를 부르는 모습, 이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신규 직원들 채용을 억제하며 회사 사정을 무시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다만 그들을 단순히 비판하는 것을 넘어 왜 그들이 ‘강성 노조’가 됐을까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소위 강성 노조라 불리는 노동조합은 수출 대기업, 남성, 생산직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이들은 주로 공업도시에서 하나의 생산공정에서 얼굴을 맞대며 일하기에 연대감이 발생하기 쉬운 근무환경이며, 이로 인해 운영조직을 체계화하기 쉽다. 그리고 이들이 속한 기업은 수출 고부가가치 산업군에 속해 세계시장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다. 결국 이들 노동조합이 소위 귀족노조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교섭 상대방이 꾸준한 성과를 이뤄 내고, 이들은 근로환경 특성상 노동3권을 발휘해 근로조건 향상을 실현하기 유리한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반대 이유로 다른 기업군이나 중소기업은 이들 노조에 비해 노동3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환경에 속했다.

일반적으로 노조가 잘 운영된다는 서유럽과 북유럽을 보면 노동조합이 긴 역사에 맞게 긴 시간 사회에 스며들었다. 특히 이들 국가에서는 여러 기업의 노조를 포함하는 산업별 노조가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는 곧 최저 근로기준으로 개별 기업에서 작동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동조합 혹은 산업별 노동조합 지부가 근로계약 당사자인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산업화 시기에 노조 탄압 정책이 계속돼 노동조합이 폭넓은 연대를 갖추지 못했으며, 민주화 시기 이후 언급한 대로 노동3권을 발휘할 수 있는 특정 기업 종사자들 위주로 노조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결국 극소수 노조만이 노동3권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향상된 근로조건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이 대중의 지지를 잃고 그 과정에서 카르텔이 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지만 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일부 노조만이 실제적인 노동3권을 발휘하는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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