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장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장

생활필수품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불가결한 물품을 말하는데, 현대사회에서 생필품은 약 17만 종류가 된다고 한다.

1950년대는 약 70종류였는데, 70여 년 동안 일상생활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물건이 2천400배 늘어난 셈이다. 이는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증거도 되지만 복잡해진 증거도 되며, 풍부해졌다는 증거도 되지만 욕심스러워졌다는 증거도 된다.

70년 전보다 2천400배나 풍부해졌으면 10배는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터인데, 오히려 감사하는 면에서는 그때보다 퇴보한 것이 소위 현대 풍요 사회의 타락한 인간상이다.

인간이 사는 기본 조건, 먹고 자고 배설하는 행위는 모든 동물들과 같은데 인간만이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소유해야 살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불만과 욕심은 더욱 깊어지는지….

그 까닭을 생각해 보면 인간이 물건을 소유한 게 아니라 물건이 인간을 소유하기 때문에 소유에 대한 만족이 없는 것이다.

한때 나는 낚시를 매우 좋아했었다. 낚시용품을 사려고 가게에 가면 별의별 도구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낚시 도구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모두가 그럴듯하고, 또 꼭 필요해질 듯해 이것저것 많이 샀다. 

일단 샀으니까 낚싯대 한 짐 챙겨 놓고 보면 무엇이 그리도 많은지…. 그런데 정작 낚시할 때 보면 그런 도구들에 매여서 낚시의 본질적인 즐거움이 반감될 때가 많았다. 사람이 낚시를 하는지 그런 도구들에 매여서 낚시를 즐기는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사실 낚시를 할 때는 두서너 가지 물품만 있으면 족하다. 어렸을 적 장대에 지렁이를 매달아 낚시를 해도 즐거움은 더 컸다. 사람이 살면서 액세서리가 많게 되면 본질(本質)에 약하다고 한다.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수식이 많은 사람들은 불만이나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흑인들이 몸에 여러 가지 장신구로 수식하는 경우가 그런 불만이나 열등감의 발로다. 어쨌든 현대사회는 많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살지만, 그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만은 않다. 어떤 사회학자가 말하길 "많은 생활 기구를 소유하고 사는 사람은 스스로를 빨리 늙게 하는 사람이며, 문명이란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많은 소유는 적절한 사용을 어렵게 하고, 종내는 인간이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인간을 소유해 버리고 만다.

이처럼 현대생활의 풍요란 대부분 주객전도 생활이기 십상이다. 17만 가지 생활필수품, 거기다가 상당한 가짓수의 기호품, 그런데도 전연 만족이 없는 우리네 인생살이. 감사와 만족 그리고 행복은 결코 많이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많이 소유하기 때문에 인간은 진실로 중요한 본질적 삶을 잃어버린다.

살림이 나 때문에 있는가? 내가 살림 때문에 있는가? 자고로 분명한 점은 내 인생이 본질적인 삶에 견실(堅實)하려거든 소유를 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 다이아몬드 낀 손을 부러워 말라. 스포츠 옷이 따로 있고, 산책 옷이 따로 있고, 파티복이 따로 있고, 집 안에서 옷이 따로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라. 그들은 언제나 본질에 약한 약점을 그것들로 치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처럼 피곤한 까닭도 너무 많이 가진 물건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건을 좀 줄여야겠다. 그래야 좀 덜 바쁘고 덜 피곤할 듯싶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