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북부청사 앞 경기평화광장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았다. 막냇동생과 놀러 가자는 약속을 한 지 꼬박 한 달째였다.

초등학생인 막내는 부모님이 느지막이 얻은 자식이라 배우지 않은 예체능이 없다. 스케이트도 그 가운데 하나로, ‘미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은 부푼 기대에 가르친 운동이다.

아쉽게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4개월 만에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그래도 시간 내서 배운 스케이트가 기억에 남는지 종종 빙상장 이야기를 건넸다.

폐장을 하루 앞두고 이런저런 핑계로 미룬 막내와의 약속을 간신히 지켰다. 

이날 스케이트장은 지난 겨울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눈썰매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평일에는 스치듯 지나간 스케이트장에 들어서니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는 곡소리가 곧잘 들렸다.

함께 놀러온 막내의 친구도 그 소리를 더했다.

고작 4개월도 배운 거라며 막내는 스케이트를 처음 타는 친구에게 타는 법을 일러 줬다. "넘어져도 돼. 넘어지며 타다 보면 횟수가 줄 거야." 딴에는 오래전 배운 기억을 더듬어 내뱉는다.

얼음판을 헤매던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넘어지더니 집에 돌아갈 무렵에는 중심을 잡고 얼음판을 몇 바퀴 돌았다.

기자가 겪은 사회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학창시절 과정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아도 결과로 실력을 평가받는 사실은 불문율이다. 더욱이 넘어지며 배우고 익숙해지는 스케이트와 다르게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주는 경우는 적다.

유의미한 과정을 밟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헛수고로 치부하고,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은 결과를 내면 내쳐지기 쉽다. 종종 결과에 따라 과정을 함부로 평가하는 일을 지켜보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시행착오 없이 오직 완벽한 결과를 추구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와중에 올해 주요 트렌드의 하나로 ‘육각형 인간’이 꼽힌다. 외모부터 학력, 자산, 직업, 성격, 특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완벽함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완벽한 결과를 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넘어지는 과정을 겪지 않은 육각형 인간은 존재할까.

운 좋게 얻은 결과에 취해 과정은 생략한 채 꼼수를 이용한다면 잠시나마 좋은 결과를 얻을지언정 지속가능한 결과는 얻기 힘들다. 눈속임 없는 과정을 꾸준히 밟아 간다면 빠른 시일 내 넘어지는 법을 터득하고 결과 역시 좋을 거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적어 낸다.  

이은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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