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에서는 1995년 진행된 경상남도 삼천포시와 사천군의 통합 과정이 등장한다. 삼천포시에서 사천시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집단 항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국민 정서로 볼 때 고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 다른 지역이 되거나 이름이 바뀌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드물 테다.

나의 구역을 변경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민선8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큰 업적을 달성했다.

중구와 동구는 ‘제물포구’와 ‘영종구’로 통합·조정하고, 서구에서 검단구가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천광역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이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인천의 행정구역을 2군 9구로 변경하는 것이 확정됐다.

그러나 법률안 통과는 단순하게 중앙정부가 찬성 의견을 던진 데 불과하며, 인천형 행정체제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인천형 행정체제는 기존 행정구역 전체를 타 구역에 재배치하거나, 단순하게 명칭을 변경하는 데서 나아가 행정구역이 분할되고, 분리된 지역 간 재결합을 통해 새로운 행정구역이 탄생하는 것이다.

동일한 광역시 내에 행정구역이 늘어나면 재정 관계부터 문화·복지·교통을 비롯한 모든 행정 분야에 개편이 필요하며, 새롭게 구성된 지역의 행정 특성과 지역별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존 지역구에서 변경 지역구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 해소 방안을 선행해야 한다.

특히 여전히 인천시에 존재하는 원도심과 신도시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도심과 신도시가 공존하던 서구 중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검단지역을 자치구로 분리하면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원도심 탄생에 따른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지역주민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는 인천 중구에서 태어난 시민 대부분은 영종구가 고향이 될 것이고, 서구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사람의 거주지역은 검단구가 될 수 있다.

고향 명칭이 달라지는 것을 쉽게 용인할 수 없지만, 인천시민은 이러한 불편과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승낙했다.

법률안 통과 과정에서 중앙정부, 인천시, 인천시의회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노력한 것도 사실이나, 결정적으로 시민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행정체계 개편은 불가능했다.

인천시민은 단순하게 행정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을 나누고 다시 합치는 체제 개편에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 개편을 통해 행정구역 불일치 등 기존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원도심과 신도시의 전략적이며 차별적인 정책을 통해 인천시에 최적화된 균형발전을 이루고, 더 나아가 인천시를 초일류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도록 허락해 준 것이다.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을 골자로 하는 법안 통과의 기쁨은 이제 잊고 300만 인천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균형도시’, ‘복합국제도시’, ‘대한민국의 미래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을 체감할 성과를 보여 줄 때다.

행정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인천시가 초일류 국제도시로 도약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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