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라고들 하지만 주인 행세를 할 기회는 선거 때뿐이다. 선거운동기간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고자 저자세로 읍소하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 몰라라 빠지기 일쑤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고 국민이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각종 특권과 특혜를 포기하겠다는 다짐을 받아 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막 나가는 정치판을 준엄하게 꾸짖고 심판하는 일은 오로지 나라 주인인 국민의 몫이다. 

국회의원의 특권·특혜가 불체포특권을 비롯해 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정치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의 특권·특혜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구체적으로 국회의원 월급을 근로자 평균임금으로 하향하고, 또 국회의원 1인당 고용하는 보좌관을 9명에서 3명으로 제한하는 한편,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회의원 정수·세비 축소 여부에 관해 ‘의원 수와 세비를 모두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66.6%(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압도적이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한 후보들만 공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의원 정수를 250명으로 줄이겠다고 한 약속은 정치개혁을 한발 앞당기는 바람직한 행보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앞으로 대응이 자못 궁금하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주인을 불안하게 하고, 심지어 군림하려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한마디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란 뜻이다. 과연 그럴까. 국민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천권자가 찍으면 사기꾼이든 흉악범이든 얼마든지 공천을 따내니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 각 정당이 어떤 인물을 공천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번 총선으로 출범하는 제22대 국회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와 폐지를 통해 정치 개혁을 이루는 민의의 전당이 돼야 한다. 그래야 옳은 정치가 펼쳐지고, 정권이 연장되든 교체되든 국민은 안심한다. 그러려면 국민이 총선에서 나라의 주인 행세를 제대로 해서 본때를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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