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허식 의장의 의장직을 박탈했다. 당연한 결과다. 이제 평의원이 된 허 전 의장은 취임 초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문재인 구속’이나 ‘경찰 나부랭이’, ‘인천 교육은 공산주의 교육’ 등 입에 담기도 쉽지 않은 막말은 물론 최근에는 미추홀구 아이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마디로 거리낌 없었다. 시민을 대변하고 인천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의 막중한 자리를 망각한 막말이다. 

급기야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신문을 의원들에게 돌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는 사고를 치기에 이르렀다. 당 징계를 앞두고는 꼼수 탈당으로 대응했고, 보란 듯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직원과 동료 의원들이 함께하는 채팅방에 공유해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동료 의원들이 의장직 박탈을 내용으로 한 불신임안을 발의했지만 의장석에 앉은 그는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하고 본회의를 산회하는 일방적 행동으로 응수했다.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신상발언도 이어 갔다.

본회의에 앞서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신임안 상정을 강행하면 언론사와 기자, 정치인들을 무더기로 고소하겠다는 엄포도 빼놓지 않았지만 불신임안 처리는 막지 못했다. 불신임안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의 처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부결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불신임안 표결은 전체 의원 40명 중 33명이 참석해 찬성 24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겨우 가결됐다. 제적의원 과반인 21명의 찬성이 있어야 처리되는 사안이다. 당사자인 허 전 의장을 제외하고 6명이나 불참했다. 대부분 국민의힘 의원들로, 몇 명이 더 반대표를 던졌거나 불참했다면 의회가 새롭게 변신할 기회를 스스로 놓칠 뻔했다. 

허 전 의장의 계속된 막말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그를 옹호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시의회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인천시의회가 제 기능을 할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의회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더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논란을 불식하고 시민 대표로 거듭나려면 시민 머리 위가 아니라 더 낮은 자세로 시민 의견을 온전히 반영하는 진정한 시민의 대의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받는 시민의 대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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