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봄. /사진 = 연합뉴스
아이돌봄. /사진 = 연합뉴스

20대 여성 A씨는 아이들을 가르친 지 막 1년이 지난 새내기 유치원 교사다. 그의 하루 일과 시작은 오전 7시 50분부터다. 올해 신설한 오전 돌봄 탓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시작하는 오전 9시까지 돌봄을 한 뒤 오후 2시까지 언어, 창의, 자유놀이와 같은 수업을 한다.

A씨가 맡은 4세 반 원아는 모두 16명이다. A씨가 다니는 유치원은 3세와 5세 각 2개 반, 4세 1개 반, 모두 5개 반을 운영한다. 원아는 총 62명, 교사는 5명이다.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구별돼 같은 4세 반이라 해도 돌봄이 아닌 교육 중심이다. 오후 2시 정규 수업을 마치면 방과 후 돌봄이 기다린다. A씨 유치원에는 돌봄 전담 교사가 없어 각 반을 맡은 교사들이 돌봄까지 투입된다.

돌봄 시간에는 활동지 작성과 놀이, 교재 공부를 지도한다. 방과 후 돌봄에 참여하는 원아는 모두 53명으로 사실상 정규수업과 인원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후 6시가 지나면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기 시작한다. A씨가 모든 원아의 하원을 마치는 시간은 대략 오후 7시께다.

그럼에도 A씨에게는 또 다른 업무가 남았다. 원아 한 명, 한 명의 행동일지와 가정통신문 작성, 출결사항 관리 들이다. ‘정시 퇴근’이란 단어가 A씨에게 낯설기만 한 이유다.

유치원 교사 B씨도 A씨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방과 후 돌봄을 하는 원아는 모두 97명인 데 반해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는 3명뿐이다. 유치원에서 돌봄 전담 교사를 채용 중이지만 지원자가 없다.

A·B씨처럼 교육이 아닌 돌봄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25일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운영 중인 유치원은 모두 2천21곳이다. 이 가운데 2천16곳이 방과 후 돌봄 과정을 개설·운영 중이다.

도내 유치원 원아 수는 2022년 기준 15만3천100여 명, 교사는 1만4천200여 명이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방과 후 돌봄을 운영 중이지만 돌봄교사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시간제 교사라도 구하고 싶지만 지원자가 없다"고 했다. 이어 "교육당국의 인력과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에 추가 인력 지원은 어렵다는 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예산을 늘리는 상황으로, 인력 지원은 시도교육청 소관"이라며 "아이들이 감소하는 데 인력을 배치하긴 어렵다"고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교사들의 업무 과중 사실을 인지했다"며 "관련 TF를 운영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 해결 방법을 찾지만 사립유치원까지 인력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허원무 인턴기자 hw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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