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2023년 12월 미래차 특별법(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해 자동차산업에 숨통이 트였다. 이 법은 미래차 시대를 위한 제작사와 협력사의 연계 강화와 지원은 물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률 27조 원을 넘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넘버3를 유지하며 최고의 실적을 냈다. 

미래차 특별법은 반년의 유예기간과 준비기간을 거쳐 후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 문제는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제대로 된 의견 반영이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해 12월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 미래차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성장 도중 폐기됐다. 

이 프로그램은 5년 전 필자가 산업부와 연계해 어렵게 만든 유일한 미래차 프로그램이다. 당시 위원회를 구성해 ‘미래차 현장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이라 지칭하고 구성과 방법, 목적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했다. 예산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회, 집권당까지 설득해 어렵게 확보했고, 드디어 2021년 초 4개 전국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미래차 대표 모델인 전기차 관련 교육이 전무한 것은 물론 자동차 관련 대학교수들도 거의 전부가 내연기관을 연구한 교수들로 인스트럭터 교육이 우선 필요했다. 또 전무한 교재, 교육 프로그램 구성, 심지어 각 대학에 전기차조차 없어 현대차 남영연구소를 뒤져서 구한 여러 대의 아이오닉5 모델을 각 대학에 기증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필자와 필자가 속한 대림대학교가 모든 과정을 주로 담당하면서 프로그램 구축에 성공해 첫해는 관련 거점대학 4개, 2022년에는 6개 기관을 늘었고 3년 차에 접어든 2023년에는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대표 기관들도 참여하면서 명실상부 전국을 아우르는 미래차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성공리에 안착했다. 동시에 거점대학 중심으로 전국 정비업소와 부품사 등 미래차를 배우려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600명 이상을 수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국내 유일한 성공 프로그램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물론 고용노동부도 벤치마킹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고, 산업부도 자랑스러운 대표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반기 대통령의 연구개발 프로그램 비용 절감이라는 지시 이후 정부 부서별로 연구개발비를 마구 삭감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 역시 현장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으로 노동부로 이관한다는 미명 아래 지난해 12월부로 최종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대표 기관인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진입하자마자 프로그램이 폐기된 것이다. 애꿎게 가장 대표적인 유일한 프로그램이 완전 삭제된 꼴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필자는 더욱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미래차 산업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전기차 기증은 물론 희생을 하면서 구축한 글로벌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삭제됐기 대문이다. 대통령실은 줄인 연구개발비를 글로벌 연구개발비에 활용한다고 했으나 막상 글로벌을 대표하는 국내 프로그램은 없앴다. 특별지원법을 만들면서 같은 시간대 유일하게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없애는 탁상행정이 대한민국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허울 좋은 특별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선에서 필요한 부분을 작은 것부터 제대로 구축하는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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