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71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구 획정은 물론이고 비례대표제 방식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언제까지 플레이어가 게임 룰을 결정하는 불합리가 지속돼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크다.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는데 해결할 힘을 부여받은 세력이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이를 묵인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방향은 명확하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유 불문하고 폐기 처분돼야 한다. 어느 제도도 이보다 나쁠 순 없다.

준연동형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현 정치권 행태가 여실히 보여 준다. 우선 선거의 기본 요건에 미달한다. 경쟁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 대표성에도 타격을 줬다. 명칭과 다르게 비례성이 낮고, 위성정당까지 만들어 내며 제도적 허점을 노출했다. 정치권 전반이 폐쇄적이며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선거제도를 국민 중심으로 개편하지 않고 당리당략 도구로 사용했기에 발생한 일이다. 선거는 국민 선택을 받는 절차다. 당연히 국민 뜻을 최대한 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나.

선거제 개편 방향 중 그래도 국민이 공감하는 건 비례성·대표성 강화와 지역주의 완화다. 문제는 이 부분이 거대 양당의 양보를 수반하는 일이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구 의석에서 경쟁력을 갖는 정당은 연동 비율이 높아지면 불리하다. 정당 득표율 비중만큼 (50석 중에서) 비례의석을 가져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역구 의석수 2~3위 정당은 비례의석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 정당 득표율 비중을 (300석에 대한) 우선적 배분 기준으로 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이다. 지역구에 대한 자신감보다 준연동형 트라우마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정도까지는 수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키를 쥔 민주당 속내는 복잡하다. 지도부는 병립형에 매력을 갖는 모습이다. 양당 체제를 공고화하고, 비례대표에 당대표 측근을 공천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 의원은 좋은 추억을 지닌 준연동형 편인 듯하다. 잔머리 굴리는 건 좋은데 타이밍 놓쳐 모두에 최악이 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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