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제 검단탑병원 신경과  과장
조양제 검단탑병원 신경과 과장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다는 어지럼, 뇌질환의 신호일지 모른다.

일상적 움직임을 위해서는 몸의 균형이 정확히 유지돼야 한다. 이러한 균형을 위해 대뇌에서는 시각계, 체감각계 그리고 전정기관계에서 오는 신호를 실시간 받아들이고 판정해 신체 자세를 유지하도록 신체에 지시한다. 

시각계, 체감각계, 전정기관계 등의 감각계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오는 경우 대뇌에서 정확한 균형 판단을 할 수 없어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어지럼이다. 안경을 새로 맞추거나 놀이기구를 탈 때 어지러운 현상이 대표적 예다. 어지럼의 원인질환은 전정기관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흔히 이석증이라고 하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이 가장 흔하고, 그 밖에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따위가 있다. 

뇌질환으로 인한 만성 어지럼이 가장 흔하고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때문에 어지러울 수 있다. 전정편두통이나 실신, 뇌전증, 저혈압, 저혈당으로 어지러울 수도 있다. 심리 문제(불안증, 공황장애 등)도 어지럼을 야기하니 감별 진단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문진과 진찰이 필요하다.

이석증은 이석이 반고리관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은 30초 내외이므로 고개를 돌렸을 때 발생하는 어지럼이 약 30초 정도 짧게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한쪽에 생기므로 우측이나 좌측 한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증상이 유발된다. 이러한 이석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체위치료가 표준치료법이며, 80% 이상 즉각적인 효과를 본다. 다만, 재발률이 50%로 높다.

흔히 동반되는 신경학적 이상은 몸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아예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증상, 말이 어둔한 증상, 신체 감각 둔화, 운동마비, 삼킴장애 등이다. 

어지럼 중 뇌경색이 원인인 경우는 10% 내외로 적지 않으므로 뇌경색위험인자, 즉 과거 뇌경색을 앓았거나 고혈압, 당뇨, 심방잔떨림 등을 가진 고령 환자들은 갑자기 어지러울 때 신경과 전문의를 방문해 신경학적 진찰을 받고, 필요시 뇌 영상을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

‘지속적 자세인지 어지럼증’은 과거 심리적 어지럼이라고 불렀던 질환으로, 대개 3개월 이상 거의 매일 잠깐씩 어지럽다. 일어나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거나, 움직이거나 걷거나 할 때 수초 동안 어지럼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원인은 뇌가 예민해진 탓이다. 이 질환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전정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는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는 항우울제가 표준치료다.

진단은 문진과 신경학적 진찰이다. 문진을 통해 질환을 유추해 보는데, 갑자기 발생해 30초 내외로 어지러우면 이석증, 수시간 동안 머리 움직임과 상관없이 어지러우면 메니에르병, 1~2주 동안 지속적으로 어지러우면 전정신경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흔히들 어지럽다고 하면 자가로 철분제나 비싼 영양제를 사 먹곤 하는데 옳지 않은 방법이다. 만성 어지럼은 운동이 많은 도움을 주는데 테니스, 배드민턴처럼 고개를 돌리고 눈과 몸을 자주 움직이는 운동이 가장 좋다. 

어지럼 원인은 다양하므로, 원인을 잘 찾아서 그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검단탑병원 신경과 조양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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