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장 7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성경 구절 중 하나다. 거의가 힘든 시작을 버티면 빛나는 미래가 다가온다는 식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원래 축복하는 말이 아니다.

욥기에서 아라비아의 가장 큰 부자인 ‘욥’은 여러 큰 고난을 겪는다. 가축도 모두 죽고, 가족까지도 목숨을 잃는다. 나중에는 본인도 병에 걸려 몸져누운 욥이 하나님께 자신은 죄가 없다고 호소하자 ‘빌닷’이라는 친구가 비아냥거리듯 한 말이다.

이 말을 하기에 앞서 빌닷은 이렇게 말했다. "자네 아들들이 하나님께 죄를 지었으므로 그분께서 죗값을 물리신 것이니 이제라도 용서나 빌게."

즉, 빌닷의 말은 "네가 죄가 없다고 억울해하지 말고 회개하면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해질 거야" 하는 악의가 가득 섞인 비꼼이다. 하지만 저 말만 뚝 떼어 놓고 보면 빌닷이라는 친구가 욥에게 축복을 해 주는 듯하다. 

대기만성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생하는 수험생들에게, 사업가들에게 저 말을 자주 해 준다. 많은 사람이 문맥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저 구절을 인용하는 셈이다.

이 말은 큰 교훈을 남긴다. 요컨대 무언가를 발췌할 때, 전문가의 말을 인용할 때 임의로 뚝 잘라내면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쉼 없이 발생한다.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던가, 인용할 때 본인이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문장을 배치하는 식으로 말이다.

기자들은 전문가 말을 인용할 때가 많으니 특히 이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 "인천시 정책은 문제가 많으나 긍정적인 면도, 개선의 여지도 분명히 많다"고 얘기한 것을 다 잘라먹고 "인천시 정책은 문제가 많다"라고만 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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