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여성친화도시다. 2010년 최초 지정된 후 2015년 재지정됐고, 10년간 성과를 토대로 2022년 다시 신규 지정을 받았다. 게다가 신규 지정 1년 만에 여성친화도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100여 곳에 달하는 여성친화도시 중 우수한 정책을 펼쳤다는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성평등 정책 기반을 구축하고, 여성의 경제·사회 참여를 확대하며 지역사회 안전을 높이고,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활동 역량을 강화한 수원시 노력을 확인해 본다.

수원시 자조모임 ‘청개구리 거꾸로 읽기’ 회원들이 독서토론을 한다.  <수원시 제공>
수원시 자조모임 ‘청개구리 거꾸로 읽기’ 회원들이 독서토론을 한다. <수원시 제공>

# 여성이 주도하는 안전, 마을안전이야기

여성친화도시 수원시가 대표 우수 사례로 꼽는 사업은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 안전이야기’다. 마을 곳곳을 아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제작하는 마을 안전 책자다. 매년 한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안전한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엮는다. 2023년 권선구 곡선동, 2022년에는 권선2동에서 마을 안전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담아냈다.

마을 안전이야기 책자 특징은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여성’이 주체적 역할을 해낸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작한 곡선동 이야기가 그렇다. 수원시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 중 마을 안전에 관심 있는 10명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책자를 만들었다. 이들은 마을안전활동가 양성과정을 이수해 인터뷰와 사진 촬영은 물론 글쓰기 방법까지 마을을 기록하는 의미와 방법을 배웠다. 이후 기획회의를 거쳐 주민에게 들은 이야기를 원고로 작성해 책자로 발간하기까지 총 7개월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행복은 곡선, 안전은 직선’ 책자에는 13명 주민들이 생각하는 마을 안전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인터뷰에는 어린이부터 청장년층,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경로당 회장과 방범기동순찰대장 등 마을을 구성하는 각계각층 주민의 목소리로 마을 안전에 대한 의견을 기록했다. 수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다양한 사연을 접하고 도움을 준 편의점주, 항상 호루라기를 지니고 다니며 동네를 지키는 노인회장, 4대를 이어 곡선동에 사는 토박이, 주민단체를 이끌며 마을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단체원 등이 마을이 더 안전해지는 방법을 고민했다. 

책자에는 CCTV와 제설함 같은 안전시설물이 표시된 안전지도를 함께 수록해 주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22년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 활동으로 마을 안전이야기를 제작했던 권선2동의 경우 ‘권선2동 마을이야기’ 책자를 자체 제작하는 추가 사업을 했다. 여성을 주축으로 마을의 역사와 안전을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지역 안전을 넘어 시민 중심의 지역활동을 고취하는 성과를 잇는다.

지난해 9월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이재준 수원시장과 시민들이 ‘시민을 평등하게 평등을 단단하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해 9월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이재준 수원시장과 시민들이 ‘시민을 평등하게 평등을 단단하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 수원 여성의 일자리 확대, 법률사무원 양성

지역 특성에 맞는 여성 일자리 확대도 여성친화도시를 위한 수원시 주요 성과로 꼽혔다. 취업 취약계층인 여성이 일하도록 양성하고, 지역에 적절한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을 지원함으로써 여성 일자리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로스쿨 법률사무원 인력양성 지원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수원시와 아주대 산학협력단,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이 협력해 법률사무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취업까지 연계한다. 2019년 수원에 고등법원과 고등검찰청이 개원한 이후 법률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법률사무원 일자리가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시가 2021년부터 추진한 여성 일자리 사업이다.

청년 여성과 경력보유 여성을 훈련생으로 선발하고, 이들에게 법률사무소 취업에 필요한 60개 강좌의 교육훈련 과정을 지원한다. 또 법률전문가 등이 연계된 멘토링은 물론 취업을 위한 특강과 상담·컨설팅도 지원해 취업 취약계층 여성들을 법률사무원 전문인력으로 양성한다.

지원사업에 참여한 여성들은 취업 후 고용 유지까지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 첫해에는 30명의 훈련인원 중 23명이 취업해 20명이 고용을 유지했고, 2022년에는 30명 중 20명이 취업하고 17명이 일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25명이 훈련을 받고 현재까지 1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권선구에 거주하는 임모(26·여)씨는 수원시 법률사무원 인력양성 지원사업으로 재취업에 성공해 희망찬 미래를 그려 간다.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체력이 저하돼 직장을 그만뒀던 그는 2년여간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법률사무원 인력양성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임 씨는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그해 11월 수원지역 한 법무법인에 채용돼 새롭게 출발했다.

그는 "기초적인 법률 용어부터 실무에 활용하는 업무 방법까지 쉽게 알려 주고, 취업까지 연계해 준 덕분에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았다"며 "더 많은 수원 여성들이 서울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법률사무원으로 일하도록 사업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 안전 이야기’ 제작을 위해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 마을안전활동가들이 곡선동 주민을 인터뷰했다.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 안전 이야기’ 제작을 위해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 마을안전활동가들이 곡선동 주민을 인터뷰했다.

# 여성친화도시 만드는 수원시

수원시는 여성친화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지역사회 안전을 여성 시각으로 확대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양질의 여성 일자리 확충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등 지역 발전에서 여성과 남성이 균형 있게 참여하는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우선 시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2022년 말 수원시정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수원을 새롭고 시민을 빛나게 함께하는 여성친화도시 수원’을 비전으로 삼았다. ▶성평등 추진 기반 구축 ▶여성의 경제·사회 참여 확대 ▶지역사회 안전 증진 ▶가족친화(돌봄) 환경 조성 ▶여성의 지역사회 활동 역량 강화, 5대 목표와 13개 정책과제도 선정해 추진했다.

특히 시는 공직자와 시민 인식을 여성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천300여 명의 전 공무원과 협업기관 종사자들이 성평등한 공직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실천 의지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캠페인에 동참했다. 

또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와 가족친화환경 조성 등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과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추진해 참여자만 누적 16만7천여 명에 이른다. 

각종 위원회부터 주민자치 조직과 학교 등에서 두루 교육을 진행해 다양한 시민들에게 여성친화적인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20년째 명맥을 잇는 여성지도자대학에서는 1천158명의 여성리더를 배출하는 등 시민의 성평등 활동 기반을 공고히 했다.

여성 역량을 강화하고 여성친화 정책에 의견을 더하는 시민 자조모임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시는 시민 중심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을 운영하며, 이들을 성평등 시민 강사로 양성한 후 성인지 교육을 맡긴다. 이 중에서도 성평등 책 읽기 모임인 ‘청개구리 거꾸로 읽기’라는 독서모임이 활성화돼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성평등 시각으로 읽으며 일상에서의 실천을 고민하는 등 여성동아리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시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 편리하고 안전하게 정주하도록 여성친화도시로서 책임감을 갖고 시정 정책에 성평등한 가치를 확산하겠다"며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수원시에서 시민들이 여성친화적 가치를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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