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원 인천시 주소정책팀장
김회원 인천시 주소정책팀장

2020년 대한민국은 부캐 열풍이 일었다. 부캐란 부캐릭터의 준말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유재석 씨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런 부캐가 인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명주소법을 보면 ‘명예도로명’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이미 도로명이 부여된 도로의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 기업 유치 또는 국제 교류를 목적으로 군수·구청장이 도로명을 추가 부여하는 것을 명예도로명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도로명과 병기해 사용하는 명예도로명을 부캐라 볼 수 있겠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명예도로명은 모두 217개다. 사회 헌신도와 공익성을 따져 사람의 이름, 기업이나 해외 자매도시, 지역 유명 관광지 등을 딴 새로운 명예도로명이 매년 새로 생겨나고 또 없어진다. 사용기간은 5년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전국 217개 명예도로 중 역사적 위인이나 유명인 등 사람의 호나 이름과 관련된 명예도로가 107개로 가장 많으며,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념한 명예도로도 4개나 된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의 인기로 지역 출신 등 지자체와 연관 있는 트로트 가수의 팬덤을 관광상품화한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송가인길(전남 진도군)’, ‘설운도길(전남 순천시)’, ‘박서진길(경남 사천시)’, 경남 하동군의 ‘김다현길’과 ‘정동원길’이 대표적이다.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소방관이병곤길(경기 평택시)’과 ‘소방관노명래길(울산 중구)’도 있으며, 10·29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10·29기억과안전의길(서울 용산구)’, 매년 익명으로 성금을 기부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얼굴없는천사의거리(전주 완산구)’도 있다.

그럼 우리 시에는 어떤 명예도로가 있을까? 현재 인천시 명예도로는 3개가 있다. 2020년 10월 27일 중구의 맥아더길이 폐지되며 3개가 됐다. 명예도로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타 시도(서울 77, 경남 30, 전남 21)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우선은 동구의 ‘류현진거리’가 있다. 동산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류 선수와의 인연을 기억하고 동구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부여했다. 다음은 유네스코학습도시 국제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연수구에서 부여한 ‘유네스코평생학습의길’이다. 마지막은 지난해 11월 27일 부평구에서 부여한 ‘평리단길’로 노포, 낭만과 추억, 젊은이의 일상이 공존하는 부평의 떠오르는 명소에 부여했다.

올해 인천시는 명예도로 활성화 계획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5일 재외동포청 개청으로 1천만 도시 인천의 위상을 어느 때보다 널리 알릴 필요가 있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먼저 인천을 대표하는 인물로 3인의 명예도로를 명명하기로 했다. 훈맹정음(한글점자)을 창안한 ‘송암박두성길(강화군 교동면)’, 우리나라 대표 미술사학자인 ‘우현고유섭거리(중구 용동)’ 그리고 한국 교회 최초로 세례를 받은 천주교인 ‘이승훈베드로길(남동구 장수동)’이다. 다음은 재외동포청 개청을 기념하고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의 화합과 번영을 위한 ‘재외동포의거리(연수구 송도동)’, 부모 공경과 권선징악의 상징인 효녀 심청을 대상으로 한 ‘공양미삼백석길(옹진군 백령면)’, 대접 못 받던 진미로 유명한 물텀벙을 소재로 한 ‘물텀벙거리(미추홀구 용현동)’를 명명해 다시 한번 옛 명성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더불어 명예도로를 지정하고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인천의 대표 명소로 관광객이 찾게끔 스토리텔링을 통한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과 이를 알리는 홍보도 꾸준하게 해야 한다.

1천만 도시 인천의 위상을 알리며 지역경제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관련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올가을 백령도의 공양미삼백석길에서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여행자를 그려 본다.

끝으로 2025년 국제 행사로 거듭날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고 천안함 46용사와 2011년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 중 순직한 이청호 경사 등 서해 수호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시민의 안보의식을 북돋는 명예도로도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