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은 전체 145개국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쭉 6위를 유지하다 올해 한 계단 상승했다. 평가는 병력과 무기 수, 경제력, 전시 동원 인력, 국방예산 등 60개 이상 지표를 활용해 산출했다고 한다. 북한 군사력은 36위에 그쳤다. 2019년 18위를 기록했고 이후 떨어지는 추세다. 물론 재래식 무기에 한정되고,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은 제외한 점에서 북의 군사적 위험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 시장은 "우리가 북 위협에 가슴 졸이는 것은 핵미사일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다가오는데 마냥 손 놓고 있다가는 북의 핵 노예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전자는 팩트, 후자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수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경제 제재, 동맹 파기 등) 막대한 대가를 감수하며 핵무장의 길로 가야 할지,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장사꾼 셈법에 맞춰 (핵 억제, 체제 보장 등) 보호비를 바칠 건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루비콘강을 건너는 일과 같다. 일단 핵무장에 들어서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선의를 믿으면서 다시 철회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 정부도 트럼프가 애써 올려놓은 보호비를 다시 낮추는 인기 없는 선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가 밝힌 군사력 현황은 더욱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어떤 길을 향할지라도 군사력 수준을 증강하는 작업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급속한 저출산으로 군 병력 축소에 따른 전투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갈 길은 분명하다. 첨단과학기술을 적극적·창의적으로 군사력 발전과 접목시켜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주항공·인공지능·로봇기술을 무기화하고, 미사일 같은 비행체와 레이저 같은 비화약 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기체계와 우수 인력 역량을 극대화하는 군사정책과 이를 구현할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나라가 처한 안보 위협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처럼 안보 위협이 크고 깊게 상존하는 상황에선 최대화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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