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태 섬마을선생님연구회 운영위원
이영태 섬마을선생님연구회 운영위원

문학산 우물에 관한 기록은 설화와 조사보고서 그리고 역사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1984)라는 설화집에는 "그 우물이 몇 길이나 되는지 모르지. 깊지, 아주 그런데 물맛이 가을에 가 먹어 봐두 그것이 물맛이 좋구 내년 봄에 가서 먹어 봐두 그 물맛이 좋다 이런 얘기야… 그 전에 그 물이 짰다 이 말이여"라는 진술이 있다.

이경성이 주도했던 「학익동 문학산 방면 고적조사보고서」(1949)에는 현장 답사 기록과 논평이 실렸다. 우물의 위치와 현재 상태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우물과 관련해 "십몇 년 전까지도 맑은 물이 항시 넘쳐 흘렀다"는 말을 전했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문학산 우물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1454)와 「동사강목」(1778)으로 대별할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남산석성(南山石城) 안에 작은 샘물이 있다(內有小泉)고 간략하게 기술됐다. 반면 「동사강목」에는 "세속에 전해오기를, 문학산 위에 비류성의 터가 있고 성문의 문짝 판자가 지금도 오히려 남아 있으며, 성 안에 비류정(沸流井)이 있는데 물맛이 시원하다. 「여지승람」에 실리지 않아 한스럽다"고 기록됐다. 성내 시설로 성문에 남은 비판(扉板)의 존재, 작은 샘물(小泉)이 아닌 비류정, 시원한 물맛 등의 기록이 이전 것과 변별되는 점이다. 「세종실록지리지」의 작은 샘물이 「동사강목」에서 비류정이라는 우물로 구조적인 변화를 보였다. 

또 우물의 물맛을 청렬로 표현하는데, 이는 ‘맛이 산뜻하고 시원하다’는 의미로 우물 시설 유지·관리가 있었음을 가리킨다. 문학산 우물과 관련해 설화와 조사보고서, 역사서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부분은 물이 맑았고 물맛이 시원했고 우물이 깊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우물은 어떻게 깊은지 이곳에서 홍두깨를 찌르면 그 끝이 팔미도 바다에서 나온다고. 아마 몹시나 깊은 우물이었다(「고적조사보고서」)"라고 과장하는 부분도 있다. 실제로 우물 깊이를 방증하는 이규상(1727~1799)의 한시가 있다.

"文鶴山登細路貝余(문학산등세로사) 문학산 오솔길을 더디게 오르니/ 彌鄒曾據設邦家(미추증거설방가) 일찍이 미추가 나라를 세운 곳이네…/ 古井生雲疑覇氣(고정생운의패기) 옛 우물에 구름이 서리니 패기는 아닐는지 /叢祠無主付神鴉(총사무주부신아) 주인 없는 사당은 신령스런 까마귀가 지키네." -문학산성(文鶴山城)-

우물 안에는 물안개가 있었다. 물안개는 우물 안팎의 온도 차이로 생기는데, 우물 깊이를 짐작할 만한 부분이다. 비류의 나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지만 우물 안에는 패권을 잡으려는 기상(覇氣)을 감추는 것으로 여길 정도로 물안개가 엉겼다. 모든 자료는 우물이 깊었다는 데 동의한다. 

물맛과 관련해 ‘산뜻하고 시원하다(味淸冽, 「동사강목」)’거나 ‘맑은 물이 항시 넘친다(「고적조사보고서」)’거나 ‘먹어 봐두 그 물맛이 좋다(「대계」)’고 한다. 그러면서도 ‘또 물이 약간 짰던 것 같다(「고적조사보고서」)’거나 ‘그 전에 그 물이 짰다(「대계」)’는 부분을 부언해 놓았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동사강목」에서 발견하지 못한 ‘물맛이 짜다’는 내용은 설화구연자들에 의해 견인된 것으로, 그들은 우물 깊이를 강조하기 위해 흥미 있는 상황을 설정해 홍두깨를 던지면 그것이 팔미도 바다에서 나온다고 운운했던 것이다. ‘물맛이 짜다’를 구연한 게 아니라 우물 깊이를 강조하다 보니 뭔가를 우물 속에 던져야 했고, 그것이 인근 바다에 떠올랐다는 것이다. 

화왕산에는 못이 세 개, 샘이 아홉 개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창녕조씨들이 살았는데, 못에 빠지면 이십 리 떨어진 곳까지 사람이 떠내려올 만큼 깊다고 한다(「대계」). 위의 설화구연자는 못의 깊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같이 표현했다. 결국 문학산 우물 물맛은 산뜻하고 시원(「동사강목」)했으며 그 이유를 우물이 깊은 데서 찾아야 했다. 설화구연자들 처지에서는 깊은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우물 속에 뭔가 던지면 그것이 인근 앞바다에 떠올라야 했던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야 비류의 세력이 적어도 팔미도까지 그 영향권에 뒀음을 은유한다는 데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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