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와서일까. 마트와 백화점에 화려하게 포장된 명절 선물이 줄줄이 늘어섰다. 

과일부터 홍삼, 한과 같은 익숙한 선물뿐 아니라 무설탕 구움과자, 연령대 맞춤 영양제 세트 같은 이색 선물도 눈에 띄었다.

누가 받아도 잘 쓸 법한 무난한 선물을 대량 주문하는 사람도 있고, 선물 받을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이것저것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늘상 그랬듯 새해 인사와 함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한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기자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진 관습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다.

작든 크든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물인데, 그 껍데기는 왜 이리 눈살을 찌푸리게 할까.

명절만 되면 아파트 단지 안 분리수거장과 동네 전봇대 근처에는 명절 선물 포장지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한 무더기 쌓인다.

이맘때면 정부도, 지자체도 매년 집중 단속을 한다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어쩌면 이렇게 달라지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생일 때도 마찬가지다. 자주 보기 힘든 지인들은 택배로 선물을 보내기도 하는데, 이 경우 택배 상자를 필두로 겹겹의 포장을 헤쳐야 한다. 어떤 선물은 포장지와 선물이 따로 들어 수령인이 직접 포장하도록 했다. 본인이 곧장 사용할 선물인데 포장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선물들을 받아 정리하다 보면 괜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몇 번을 덧댄 포장재들 크기만큼 말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아 보이던 선물 포장을 다 정리하고 나니 알맹이들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포장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플라스틱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중 단 9%만이 재활용되고 12%는 소각되며, 79%가 매립지에 버려진다고 한다.

이는 환경에 분명한 악영향을 미치며,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누군가는 그 알록달록한 포장도 마음이라고 하지만, 과연 껍데기에 불과한 포장이 마음을 다 담는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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