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4일간의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음력 정월 첫날인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다. 설날엔 각기 떨어져 지내던 부모와 형제자매, 친족들이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저런 사정 탓에 연휴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어려운 추위 속에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이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기 마련이다. 이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채 외롭게 명절 연휴를 보내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오늘날 우리 삶은 과거와는 비교 못할 정도로 윤택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위축으로 기업이나 단체, 개인 모두가 형편이 좋지 않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충분치 못한 듯하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빈부 격차는 존재하고 소외계층은 있다. 겨울철 찬바람 속에 고통스러운 명절을 보내야 하는 홀몸노인이나 양로원, 보육원, 장애인 생활시설에 머무는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어진 온정은 그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고,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소외된 채 힘든 삶을 지탱하는 이들을 포용해 계층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 의식을 확보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이들을 끌어안는 일은 민주공동체를 받치는 튼튼한 기틀이며, 이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일은 각박한 삶 가운데에서도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작은 온정의 손길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기쁨으로 오고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니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는 것이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 아니겠는가. 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게 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소외계층과 일상을 공유하며 나눔의 기쁨을 맛보는 따뜻한 설 연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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