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박용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이번 겨울, 인천 사랑의열매 임직원들은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작한 ‘희망2024 나눔캠페인’이 1월 31일로 6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다행히 인천시민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어 비록 예년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이번 캠페인도 나눔온도 100℃를 달성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캠페인은 준비 단계부터 국내외 정세 불안, 경제위기,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 모금을 하기엔 만만치 않은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오히려 그 어느 해보다 캠페인을 촘촘하게 준비하고 시작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 시작부터 다른 시도보다 더디 오르던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 때문에 우리 직원들은 물론 인천을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께서도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다. 이 지면을 빌려 나눔온도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매일 아침이면 시도별 나눔온도가 집계되고, 언론사에서도 일일 나눔온도가 보도되는데 전국 평균보다 낮은 인천의 나눔온도를 지켜보며 밤잠 이루지 못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그러나 세상에 우연은 없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다행히 언론사의 도움과 인천시민 여러분의 헌신 그리고 직원들의 간절함과 노력으로 캠페인 마감일을 하루 앞둔 30일, 극적인 100℃를 달성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캠페인 막바지에 지옥과 천국을 넘나들었던 기분이다.

사랑의열매 임직원들의 겨울은 이렇듯 늘 긴장과 초조함 속에 보낸다. 나 역시 모금회 입사 후 24번째 캠페인을 치렀지만 어느 한 해 긴장되지 않았던 때는 없었던 듯싶다. 

모금회의 시계는 참 빠르게 돌아간다. 캠페인을 준비하고 진행했던 지난 겨울, 4개월이 그렇게 또 끝나고 나면 다시 2024년의 연중 모금목표가 주어질 것이다.

사실 모금목표가 달성됐다고 직원들이 사기업처럼 성과급을 받는다거나 복리후생에 도움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분명 일종의 사명감과 지역적 자존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각기 다른 크고 작은 어려운 점들이 있게 마련이다. 모금회 직원들은 다른 직장인과는 또 다른 모금실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한다. 그래도 이 일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우리의 작은 노력이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 현장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사명감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역적 자존심이다. 사랑의열매 나눔온도는 우리나라 나눔문화의 바로미터다. 지역의 나눔을 이야기할 때 나눔온도가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되고, 그 지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지역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모금할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속에 ‘희망2024 나눔캠페인’은 어찌 됐든 모금목표 100℃를 달성하며 마무리됐다. 이제 우리는 비로소 다시 2024년을 시작하며 시민 여러분께서 맡겨 주신 소중한 성금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일이 남았다.

어쩌면 모으는 일보다 잘 배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모금은 선순환이다. 어떻게 잘 사용했느냐에 따라 다음 모금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모금이 기술이라면 배분은 예술이라고. 그만큼 배분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사랑의열매 임직원들은 이제 힘들었던 지난 겨울은 잊고 시민 여러분께서 믿고 맡겨 주신 소중한 성금을 배달하는, 희망을 나르는 심부름꾼이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