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2명을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의 30대 친모에게 1심에서 징역 8년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 되지 않은 ‘그림자 아기’ 사례로 발견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수원지법 형사12부(황인성 부장판사)는 8일 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이 같은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생명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들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영아로 모든 것을 피고인에게 의존해야 하고, 피고인의 보호가 필요한 독립된 인격체였다"고 판시했다. 

이어 "합법적이거나 적어도 불법성 정도가 낮은 다른 대안이 존재했으며 피고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며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피해자들을 양육하게 되면 기존의 자녀들마저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범행 동기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범죄분석관은 ’피고인이 생활 전반에 걸쳐 무능력한 남편을 의지할 수 없었고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남편을 속이고 출산, 살해한 것‘으로 평가한 점, 피고인 스스로가 다시 찾을 수 없을 만한 장소에 사체를 유기, 은닉하거나 더 나아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체를 훼손하지 않은 점’" 등을 피고인의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살인죄의 양형을 판단함에 있어 "3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상황에서 근로를 계속 못 해 급여가 많지 않았던 점, 범행 후 차상위 계층으로 선정된 점, 출산 후 약 29시간 후 살해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하면 ‘보통 동기 살해’가 아닌 ‘참작 동기 살해’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양형 이유를 읽어 내려가던 황 부장판사는 남은 자녀들과 만삭인 A씨가 곧 출산할 아이를 언급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형제자매인 세 자녀가 있으며, 어쩌면 피해자들 동생이 되었을 생명이 탄생을 앞둔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잠시 울먹였다. 

선고를 마친 황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앞으로 새롭게 기회를 부여받아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한 아이의 엄마"라며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해달라. 수감생활 동안 강한 정신력으로 나중에 다른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원구치소가 출산이 임박한 A씨의 안전을 고려해 건의한 구속집행정지에 대해선 "변호인과 검찰 측 의견과 범행 내용,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면 구치소 보호 하에 연계된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간호사 1명도 배치됐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아이를 출산한 뒤 경기 수원시 자신이 사는 아파트 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8년 11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하루 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했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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