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벼 재배면적을 2만6천㏊ 감축하는 생산대책을 수립,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쌀이 남아돌아 생산을 줄여 수급을 맞춘다는 정책이라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쌀은 온 국민의 주식이다. 수급 예상치 계산에 정확성이 있어야 하겠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초부터 지자체, 농촌진흥청, 농협, 쌀 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보완 과정을 거쳐 대책을 확정했다 한다. 

그러잖아도 농촌으로 갈수록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민이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고령화로 이농 현상도 가속화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무엇보다 국제 정세 불안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식량창고로 불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흑해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했던 아프리카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한반도 정세도 안정되지 못한다. 북한은 여전히 전쟁 불사를 공언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도 모두가 자국우선주의를 택함을 알아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의 사태에 도움을 줄 국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냉혹한 국제사회 현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식량전쟁은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 인도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자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우리의 경우 밀 자급률은 0.8%라고 한다. 우리는 밀가루 수요가 크다. 밀 시장이 불안한 데다 쌀마저 생산을 줄인다면 식량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곡물 무기화에 대한 대책으로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서방 제국들은 자국 외에서 농지를 확보하고자 각축전을 벌을 정도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가뜩이나 좁은 국토다. 넓지도 않은 논밭들이 각종 개발에 밀려 사라진다. 비축된 쌀이 조금 여유 있다 해서 생산을 감축한다면 예기치 못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농토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황폐화된다. 농지를 확보하지는 못할망정 줄이는 정책에 신중을 기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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