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성동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1922년 12월 30일 건국된 세계 최초 사회주의국가인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은 그로부터 68년 11개월 26일이 지난 1991년 12월 8일에 해체되고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은 철저하게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였다. 국가의 모든 정책은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수립되고 실행됐다.

실제로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은 1960년대까지 서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한계가 나타나면서 경제성장이 멈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 발생하면 자신의 체제에 의문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브레즈네프 정권은 미국과 군비 경쟁을 계속했고, 급기야 1979년 아프가니스탄마저 침공했다. 경제성장이 정체된다는 것은 국가 예산도 증가시키지 못함을 의미한다.

예산은 그대로인데 미국과의 군비 경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국방비는 계속 증가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부분의 예산을 계속 삭감시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예를 들면 도로 보수 공사와 학교 시설물 교체에 들어가야 하는 예산이 국방비로 빠져 버렸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 시민들은 점차 체제에 불만을 품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르바초프가 집권했다. 그는 정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과 군비 경쟁을 중단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부족한 물자로 인해 배급 행렬은 더 길어졌다. 그는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탄생한 국가에서는 허용되지 말아야 하는 특별한 대책을 발표했다.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에서 극히 한정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혼란만 가중됐다.

이때 옐친이 등장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를 포기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체제를 변화시켜야만 우리가 산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왕족과 귀족 부르주아 계급 밑에서 인간답게 살지 못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국가를 만들었던 자들이 결국 자신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 체제를 포기하고 평생을 혐오했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국가마저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옐친이 옳았다. 그리고 그를 지지했던 노동자와 농민이 옳았다. 1980년대보다 지금 훨씬 더 인간답게 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위원회 구성원을 살펴보니 고령사회위원회였다. 저출산을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는 청년 세대다.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의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브레즈네프와 고르바초프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옐친과 같은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브레즈네프와 고르바초프는 필요없다. 옐친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성장과 발전 혜택을 제공한 너무나도 고마운 기존 체제를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우리처럼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외치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을 망하게 만든 자들과 동일한 수준이다.

몇 년 전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을 우연히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는 수도권에서 시의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기성세대 정치인에게 청년이 원하는 현실적인 정책들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시당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정말 모두 망합니다!"

며칠 전 운전하다가 앞차의 뒤 유리창에 붙은 글을 읽었다. "개가 타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기성세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변한다. 그런데 아직도 자신들이 신봉하는 체제 안에서 정책만 양산한다. 그렇게 하면 정말 모두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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