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인천시가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인천시에 거주하는 인구 중 5% 정도가 이주배경 주민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2022년 기준 경기도, 서울에 이어 이주배경 주민 비율이 높은 지자체다. 이주배경 주민 증가는 전국에서 관찰되는 현상으로, 이는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가 더는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만큼 개인과 사회적 수준에서 많은 변화가 요구됨을 알려 준다. 

2023년 11월 발표된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14만6천885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은 부평구이며 이어 연수구, 서구, 남동구 등 순이다.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로 보자면 부평구(6.6%), 연수구(6.5%), 중구(5.1%), 미추홀구(4.9%) 등 순이며 강화군과 옹진군은 전체 수와 비율 모두 낮았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이주 역사의 중심지였다. 화교, 난민, 고려인, 결혼이주민,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의 정착지였고 현재 많은 이주민이 인천의 주민으로 함께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천은 이주민에게 살기 좋은 지역인가? 인천 내 이주배경 주민은 어떤 삶을 사는가?

2023년 인천여성가족재단이 수행한 ‘인천광역시 외국인 주민 생활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총 666명의 이주배경 주민 다수가 지역사회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한다고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60대 이상 이주배경 주민과 ‘기타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이주배경 주민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적응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이주배경 주민 집단 내 다양성을 보여 주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원과 정책이 집단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예로 아직 국내 다문화·외국인 지원 정책에서 고령 이주배경 주민에 관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고령 이주민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매우 미미하다. 

여느 선주민과 마찬가지로 이주배경 주민 역시 나이가 들수록 신체·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미 다수 해외 사례와 연구에서는 이주민-선주민 고령인구 간 건강 격차가 보고되며, 동시에 의료서비스 접근성 차이로 이들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국내 연구에서도 한국 국적이 없거나 미등록 체류 상태인 고령 이주배경 주민의 경우 선주민에 비해 의료서비스 이용률이 낮다고 보고됐다.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외국 국적 동포가 아닌 기타 외국인에 해당하는 다수 이주배경 주민 역시 다른 집단에 비해 적응 수준이 낮았다. 이들은 다른 이주민 집단에 비해 체류가 불안정하거나 혹은 안정적인 체류비자를 가졌다 하더라도 국내 사회보장체계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광역시 외국인 주민 생활실태 및 지원방안’에서 이주배경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 정도를 조사한 결과 의료, 교육, 일자리 등 여러 영역에 걸쳐 기타 외국인 필요도가 가장 높다고 나타났다. 

인천시는 2021년 ‘인천광역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시행 중이며, 우리나라 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외국인 아동에게도 보육료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이주배경 주민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으며, 이들의 삶을 조금 더 촘촘히 살펴보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올해는 이주배경 주민의 목소리가 중심이 돼 인천시민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도록 삶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조례와 정책 마련이 끝이 아닌 시작과 발판이 돼 상호존중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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