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솔 동국대 일본학과
최솔 동국대 일본학과

얼마 전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이 필리핀 여성을 흉내 내는 개그우먼과 함께 방송을 진행해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개그우먼 김지영은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결혼이주여성 ‘니퉁’을 연기했고, 쯔양과 함께 베트남 음식 먹는 방법을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많은 시청자들의 비판으로 인해 현재 삭제된 상태고, 쯔양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인종차별적인 영상 내용에 대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많은 필리핀인은 영상 댓글창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필리핀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름인 ‘니퉁’을 사용하며, 필리핀 음식도 아닌 베트남 음식을 먹는 것은 필리핀인에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한국인들 또한 다른 국가·문화를 희화화하는 개그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인 ‘다나카’ 캐릭터가 있다. 개그맨 김경욱이 연기하는 ‘다나카’는 일본인 호스트로 역시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한다. ‘꽃미남’을 ‘꼬츠미남’으로 발음하는 것은 다나카의 대표 개그 소재가 됐을 정도다.

이러한 인종차별 논란을 볼 때면 한국인들에게 ‘나’ 또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희화화하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희화화는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어눌한 발음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SNL 코리아’에서 개그 소재로 삼는 개인주의적이고 무례한 ‘MZ세대’들, 시끄럽고 무례한 어린아이들을 낮잡아 부르는 ‘잼민이’, 노인들을 비하하는 ‘틀딱(틀니 딱딱)’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무례한 편견과 비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비하 의도가 뚜렷한 개그·신조어임에도 많은 사람은 이를 사용하며 즐거워한다.

앞서 말한 개그·신조어와 같은 선 가르기는 당장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돈이 없거나, 나이가 적고 많거나, 신체 일부가 불편하거나, 말투나 생김새가 독특하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러한 요소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신조어는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끊임없이 탄생한다. 이대로라면 소수의 젊고 건강한 부자들 말고는 모두가 서로의 조롱거리가 돼 버리는 세상이 결국 온다고 감히 예상한다. 어쩌면 이미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비극을 끊어 내려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덕목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무례한 조롱을 마주하는 걸까. 아마도 스스로가 공격당하기 싫기 때문에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조롱 대상이 될 거라는 두려움은 한국과 같은 고맥락 사회에서 더욱 강해진다. 낮잡아 보일 거라는, 비정상적으로 보일 거라는 두려움은 다른 사람을 조롱할 때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본인은 조롱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안도감과 타인을 내려다본다는 자만 때문이다. 내가 아닌 사냥감을 찾아내야 내가 사냥감 위치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내가 조롱당하기 싫은 만큼 상대도 조롱당하기 싫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조롱을 지양해야 한다. 별것 아닌 두 문장이지만 이게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의 전부다. 나와 타인이 다르지 않다는 것, 그래서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타인에게 해 주는 것. 이처럼 타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이타적인 마음가짐이 있다면, 앞서 말한 수많은 조롱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어떤 백인 코미디언이 얼굴을 노랗게 칠하고 어눌한 영어를 구사하며 한국인을 흉내 낸다면 기분이 어떨까? 우리가 니퉁이나 다나카를 보면서 웃었던 것처럼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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