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인하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최승우 인하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가 부러워 할 만큼 우수한 사회보장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질병과 부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은 재정의 80%를 국민이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로 운영된다. 지속 가능한 제도운영은 보험재정의 건전성 유지에 있다.

이렇듯 우수한 제도가 이른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이하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행법상 비(非)의료인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지만 의료인을 내새워 불법으로 개설한 사무장병원은 수익창출에만 몰두하여 항생제 과다처방 등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으로 열악한 의료환경의 온상이 돼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소중한 보험재정까지 갉아먹고 있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은 2009년부터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고 이들이 부당하게 편취한 요양급여비용 3조3천762억 원을 환수결정했다.

그러나, 편취한 금액 중 6.9%에 불과한 2천335억 원만 환수됐다고 하니, 이들에게 건강보험 재정은 열려있는 곳간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눈먼 돈이 돼 새어나간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해 지는 순간이다.

얼마 전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폐업신고 꼼수로 5천486억 원 꿀꺽’이란 제하의 일간지 기사를 접했다.

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 수사의뢰를 하여도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병원 관계자들이 폐업 후 잠적해 버리면서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 종결돼 편취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조금 더 알아보니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하고 있으나 수사권한이 없어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

주요 판단 근거인 자금흐름 추적이나 관련자 조사를 할 수 없으니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일선 수사기관은 민생치안과 사회 이슈사건 우선 수사로 수사기간이 평균 11.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수사 장기화에 따른 재정누수는 가중되고 그마저도 혐의자들이 폐업의 수순을 밟으면 환수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신속한 수사착수와 수사기간 단축이 필요하다.

공단은 불법개설기관 단속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지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권한(특사경)이 공단에 필요한 이유이다.

이에 공단 특사경의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돼 왔고, 이미 국회에서도 2020년부터 4건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공단의 수사권 오남용과 전문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 때문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공단의 특사경 권한은 의료·법률 분야의 전문 인력과 2014년부터 1천447건을 적발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무장병원에 한해서만 행사된다고 한다.

공단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불법의심기관에 대한 신속한 수사로 3개월 이내 수사종결이 가능하고 발 빠른 환수조치로 보험재정 건전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 평생건강과 정상적인 의료기관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불법개설기관의 퇴출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공단 특사경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가 필요한 때이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열린 곳간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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