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아플 때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모든 질병을 치료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간병은 포함되지 않아 오래 요양을 하면서 간병이 필요할 때에는 순식간에 빈곤으로 떨어지기 쉽다.

비슷한 제도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있다. 고령이나 노인성질환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 경우는 의사의 진단서와 등급판정을 받아야 혜택을 본다.

간병 문제나 요양보험은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더욱더 실감하지만, 간병은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입원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은 없고 간병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 잠시라면 부담이 크지 않겠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적·경제적 고통은 더해진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허약해지면서 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범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게다가 노인들은 병원에 입원해도 만성질환이 심해지면서 입원한다거나 신체 기능이 쇠약해져서 도움이 필요해진다. 이때도 역시 요양보험 혜택 범위 밖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건강보험의 도움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은 해결됐지만 치료에 영향을 주는 돌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간병비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물론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있겠지만, 간병비용이 감당할 만한 범위를 초과해 그동안 저축해 놓은 재산을 몇 달 만에 다 써 버리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간병비용 부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중증환자, 치매, 섬망환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증환자와 간호사 비율 4대 1, 중증환자와 간호조무사 비율 8대 1이 적정한지는 모르겠다.

중증환자와 치매, 섬망환자 경우 그 정도에 따라 밀착 간호를 해도 눈 깜빡할 사이에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만성질환 노인, 허약 노인을 돌보면서 간병인력 1명이 4명을 담당한다. 중증환자를 돌보는 데 이 비율보다 많은 배정이니 적절한 신체 간호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또 상급병원에서 재활병원이나 다음 만성질환을 돌보는 단계의 병원으로 이송해도 간병 부담을 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현재로서는 중증환자, 섬망, 치매환자로 정해져 혜택을 보는 대상자는 한정적이다. 

노인이 되면 질병 문제보다 낙상과 같이 거동이 불편해지고 이로 인해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저하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문제들이 생긴다. 

노인이 아니어도 사고로 혹은 갑작스러운 질병, 수술로 인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간병과 같은 돌봄이 제도적 범위에서 이뤄질 때 돌봄을 제공하는 쪽이나 제공 받는 쪽이나 서로 신뢰하며 적정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갑작스럽게 입원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 상황인데,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간병 때문에 간병인력을 찾고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고민을 하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질지 모르겠다.

부디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으로 적정한 간병 서비스를 받는 합리적 제도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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