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성공’이 외부의 것을 쟁취했을 때 느끼는 거라면 행복은 내면, 즉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느끼는 희열입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할 때는 언제일까요? 롤린 매크로티 교수는 이에 대해 "마음속 깊이 고마움을 느낄 때"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성 이야기」(박민호)에서 저자는 ‘녹아 없어진 씨앗’이란 제목의 노르웨이 전설을 소개합니다.

악마가 어느 으슥한 곳에 창고를 짓더니 그곳에 각종 씨앗을 심었습니다. 미움과 배신, 슬픔과 눈물, 절망 등과 같은 씨앗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을, 저 마을에 이 씨앗들을 뿌렸더니 사람들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싹을 틔운 후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며 배신하기 시작했고, 서로를 욕하고 싸우며 슬퍼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악마는 이를 보고 즐거워했습니다.

어느 날 한 마을에 와서 씨앗을 뿌리고 지켜보던 악마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곳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씨앗이 싹을 전혀 틔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마을의 이름은 ‘기쁨’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도 그들은 늘 기뻐하며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그 씨앗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지 못하고 스르르 녹아 사라졌던 겁니다. 이 전설에서 "감사하는 마음에는 악마도 나쁜 씨앗을 뿌릴 수 없다"는 속담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저는 행복한 사람들은 슬픔과 절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상황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라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고, 도스토옙스키의 "인간이 불행해지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 말과 철학자 칸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을 누릴 자격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은 외부에서 나에게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깨달음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를 때는 행복을 남에게서 찾으려 하는 태도가 나오고, 이는 나의 행복을 남에게 맡기는 삶의 노예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칸트가 말한 ‘행복을 누릴 자격’이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쁨을 기어코 찾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느낌」(안수복)에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옛이야기가 나옵니다.

영국 한적한 시골에 작은 방앗간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을 ‘행복한 방앗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왕이 어느 날 그를 찾아와 "그대가 매일 이토록 행복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아내를 극진히 사랑합니다. 또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친구들도요. 물론 아내도 저를 사랑하고 아이들과 친구들도 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빚은 한 푼도 없습니다. 오로지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할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정말 부럽도다. 내 머리 위의 황금 왕관보다 그대의 먼지투성이 모자가 더 빛나 보이는군"이라며 부러워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그를 이토록 행복하게 해 줬던 겁니다.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는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을 고마워하면서 기쁘게 그것을 누리는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될 테니까요.

이제 아래 질문들을 떠올려보며 잠시라도 생각에 잠겨 보면 어떨까요.

‘나는 지금 누구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할까?’

‘지금 내가 이미 가진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그것들의 존재를 기쁘게 마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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