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자기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아이작 토마스(William Issac Thomas)가 처음 발견한 현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은 토마스의 이론을 활용해 ‘자기이행적 예언’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정확하든 부정확하든 믿음이나 기대는 바라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이론을 대중화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라도 자꾸만 반복하다 보면 말한 대로 결과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큰 소리로 "샬롬!"이라고 인사하는 목사님이 계셨다. 히브리어 샬롬(Shalom)은 평화, 평강, 평안하라는 뜻으로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한번은 얼굴이 시꺼멓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남자가 지나가기에 평상시처럼 "샬롬!" 하며 인사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다음 주일부터 교회에 나와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는 바로 나가곤 했다.

3개월쯤 지난 어느 날, 이 사람이 목사님께 찾아와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다. 그래서 식사를 함께하게 됐는데, 이 사람이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그는 그동안 사업이 잘 돼 돈을 많이 벌었고 명예도 얻었으며 쾌락도 즐겼다. 집안도 평안했고 자녀들도 잘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자꾸 나른하고 부어오르며 기력이 떨어지더니 얼굴이 시꺼멓게 변해 가더란다.

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받았더니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다. 손을 쓸 수 없는 간암 말기 상태였다. 의사는 "잘해야 3개월입니다"라고 말했다.

3개월 시한부 소식을 듣고 아내, 자녀들, 친구들까지 안절부절못했다.

그때부터 자기 자신도 이제는 죽을 놈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보자 마자 "살놈!"이라는 말을 했다. 모두 다 "죽을 놈, 죽을 놈" 하는데, 목사님이 길에서 만나자 마자 "살놈!" 하시니 그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나는 죽을 놈이 아니고 살 놈이다.’ 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교회에 나오게 됐다.

의사는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하는데, ‘살놈’이라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와 약을 먹고 몸을 추슬렀다. ‘나는 살 놈이야. 목사님이 살 놈이라고 말씀하셨어.’ 살 놈이라고 생각하니 금세 몸이 가벼워지는 듯해 운동도 조금씩 하며 잘 먹고 잘 쉬었다.

결국 말기 간암을 이겨 내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 사람은 "샬롬!"이라는 인사말을 "살놈!"으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진짜 샬롬의 뜻대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행동수정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인간은 자기가 선정한 기대에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맞춰 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즉, ‘나는 성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성공할 사람’, ‘잘 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게 되고, 그렇게 성공할 사람처럼 행동하게 돼 실제로 성공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실패자’라고 규정하는 사람은 미래 상황에서도 자신이 실패자로 행동하리라 예측하고,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실패자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은 씨가 된다. 씨앗처럼 수없이 곳곳에 뿌려진 말들은 언젠가 열매를 맺는다. 긍정의 말은 긍정의 열매를 맺고, 부정의 말은 부정의 열매를 맺는다.

긍정적인 말은 성공과 행복을 가져오고, 부정적인 말은 실패와 불행을 불러온다. 모든 것은 말에서 시작되고,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은 더 중요하다. ‘샬롬’의 기적은 ‘살놈’으로 듣는 데서 일어났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체로 "글은 잘 써요"라는 말을 들으면 글을 잘 쓴다는 긍정적 측면보다 글은 잘 쓰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측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말하고 듣는 언어를 모두 긍정적으로 바꾸면 자기이행적 예언에 따라 운명도 밝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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