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연탄을 사용해 난방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랫목은 설설 끓고 윗목은 냉골이라 가족 중 일부는 뜨겁거나 추운 위치에서, 또는 상체는 춥고 하체는 더운 상태에서 잠을 잤다.

가끔 자다 일어나면 머리가 지끈지끈했던 기억이 있는데, 연탄가스를 마신 날이다.

연탄가스를 마시면 동치미 국물을 먹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연탄가스에 동치미 국물이 특효약으로 여겨졌다.

연탄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하고, 각종 음식을 조리하는 가열기로도 활용됐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연탄불에 녹이다가 베이킹소다를 넣어 부풀린 뒤 평평한 곳에 붓고 밥그릇 바닥으로 누르면 달고나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국자는 태우고, 밥그릇에는 달고나 파편이 덕지덕지 붙고, 연탄 주위는 설탕 가루가 떨어져 엉망이다. 이 지경을 들켜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은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런 어린 시절 주된 난방 연료인 연탄이 기후위기 주범 중 하나인 화석연료라니 추억의 아름다움이 반감된다.

추운 겨울철이지만 예년만 못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체감했던 우리나라 기온 특성인 3한4온(3일은 춥고 4일은 온화한 기온)은 잘 맞지 않는다.

겨울이 추워야 풍년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올해 농사가 잘될지 모르겠다.

온난화와 엘리뇨 영향으로 지구가 기상이변에 시달린다. 인간이 살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온실효과가 발생해 기후에 이상을 끼쳐 이대로 가면 인류가 위험해진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북반구는 기상관측 시작 이래 가장 더웠다고 나타났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엘리뇨가 5월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후변화 속도는 점차 속도를 낼 듯하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논의는 있지만 실천은 되지 않는다. 올해 1월 국가 정상, 글로벌 기업 대표, 비즈니스 리더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책은 실효성 없이 말 그대로 논의만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불편 그리고 경제적 부담에 국가,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살리자는 구호를 외치지만 공동의 노력을 실천하기 힘든 지경이다. 

기후위기에 맞서려면 공동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분리배출하는데 옆집에서 플라스틱을 태우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인간이 만든 이산화탄소 탓에 지구가 끓을 준비 중이다. 우리가 뿌린 재앙의 씨앗을 걷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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