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윤명철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북한은 지금 남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무력 통일을 시사하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중이다. 남한 일부 세력들도 김정은의 통일정책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양지로 나와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물론 그들은 절대 통일을 원하지 않고, 남한을 공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북한에서는 내부 단속용과 4대 세습을 위한 정치 작업이고, 남한 내 주사파들은 사회를 교란하면서 자기 세력을 확충시키려는 공작의 일환일 뿐이다.

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장 통일이 필요할까? 어떤 상태의 통일이 필요할까?

이상적인 나라는 GDP가 높고 광대한 영토에 많은 인구,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나라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살고 빈부격차가 덜하면서 생활에 만족하며 남에게 부당한 대우를 덜 받는 사회, 자신의 존재 가치를 구현하면서도 인정받는 세상,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사회인 나라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국가는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가까워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회적 현실은 개체 또는 자기 사회만의 세계관, 가치관, 삶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른 존재, 즉 다른 국가, 민족, 체제 등과 관계를 맺으면서 만들어 간다. 때문에 외부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문명, 국가의 붕괴 같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더불어 학자들은 그 요인들을 찾고 검증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요인들을 크게 나누면 내부적인 문제들과 외부적인 문제로 구분된다. 특히 정치력과 물리력을 가진 외적 존재의 충격은 존재 자체의 절멸과 직접 연관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아바타’ 같은 류의 영화에서 보듯 인디안, 아마존의 인디오, 아프리카 정글의 원주민, 히말라야 기슭이나 북극권에 사는 주민들은 강한 나라, 서양 제국들에게 처절하게 패배하고 살육당한 끝에 존재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우리 동방문화권, 한민족도 때로는 이러한 요인 때문에 패배하고 붕괴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예를 들면 위만조선의 멸망, 백제의 멸망,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이다. 따라서 집단은 관념이나 이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실적인 강력함이 필수다. ‘평화’라는 구호와는 별개로 국력을 부단하게 강화시켜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고구려를 바람직한 국가 모델로 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무력 통일을 선언하는 북한은 사실 문제가 크다. 군부 쿠데타, 김 씨 일가의 내부 권력 투쟁, 가난과 인권 탄압으로 인한 인민들의 저항과 소요, 천재지변, 강력한 외부 세력의 공격은 붕괴를 촉발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력의 공백, 질서의 파괴로 인한 대혼란이 발생할 것은 분명하고, 이 상황은 국제 질서와 지정학적 요인으로 북한지역에 이해관계가 깊은 강대국들의 참여를 유발시킬 수 있다. 어쩌면 북한 지역은 강대국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재분할될 것이고, 물론 우리도 부분적으로 참여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가장 예민한 중국이 이미 분할 시나리오를 만들었음이 공개됐다.  

역사학자인 나는 이러한 정치적 통합은 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외세에게 영토를 일부라도 상실하거나 주변 국가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상태의 불완전한 통일은 배척한다. 그렇다면 진정 ‘민족(남북의 백성들)’을 위하고, 피해도 덜 입고, 강대국들을 설득시키면서 바람직한 통일을 달성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을까?

나는 하나의 전략으로서 북한 백성들의 기본 생활만 보장된다면 당분간은 ‘1체제 2국가’ 또는 ‘2체제 2국가’를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본다. 사실은 ‘1·2· 3론’, 즉 ‘1민족 2체제 3정부론’이다. 이때 ‘3정부’는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그리고 해외동포 정부다. 다만, 반드시 실천해야 할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인식,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의지와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감성의 폭발과 선언, 열정에는 능숙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노력과 철저한 역사의식이 부족하다. 또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역사적인 당위성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데 부족하다.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부족하고, 과거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게을리한다. 최근 일어나는 몇몇 상황들을 평가하면 시대적 반성과 책임의식 역시 충분한 편은 아니다. 방법론에 있어서도 치밀한 사고와 논리가 부족하며, 무엇보다도 강대국들이 어떻게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장·단기 전략을 구사하는지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민족 통일은 진정한 민족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과 세계가 원하는 상황이 도래할 때까지 ‘민족력(nation power)’을 강화시켜야 가능하다. 또 분단과 분열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전략과 시나리오들을 쉼 없이 만들어야 한다. 자! 이제 열정은 가슴에 품고, 냉정하게 공부하자. 그날까지. 지난 2월 16일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을 받던 윤동주가 ‘한민족의 별’로 태어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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