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수봉공원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송행엽(87) 씨 손을 조흥식 신부(미추홀장애인복지관장)가 꼭 잡고 기부에 고마움을 전했다.
26년 전 수봉공원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송행엽(87) 씨 손을 조흥식 신부(미추홀장애인복지관장)가 꼭 잡고 기부에 고마움을 전했다.

"못 전하고 죽을까 봐 밤잠을 설쳤는데, 이제 소원 풀었어요."

인천시 중구 율목동에 사는 송행엽(87)할머니가 조흥식 신부(미추홀장애인종합복지관장·무료급식소 운영)의 손을 꼭 잡으며 홀가분해진 마음을 전했다.

송 할머니는 현재 두 팔과 고개만 움직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한 하반신 마비로, 7년 전 유일하게 의지하며 살던 어머니를 여의고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부를 실천했다.

지난달 송 할머니는 조 신부를 수소문 끝에 찾아 그동안 기초수급비에서 모은 500만 원을 전달했다. 조 신부와 인연은 할머니가 사고를 당한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고 전에는 60대 나이에도 6개월 만에 국궁을 익혀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건강했던 송 할머니는 "수봉공원 근처에서 살던 때 전날 폭설 때문에 망설이다 나선 아침 운동 길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쳤고, 그때부터 병상에 누워 생활했다"며 "당시 나를 돌봐주던 복지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그 복지관을 조 신부님이 운영했다는 사실을 3년 전 장애인신문으로 알아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며 기부 동기를 전했다.

송 할머니는 어렸을 적 친정어머니가 밥 지을 쌀에서 조금씩 덜어 나중에 모이면 필요한 곳에 쓰는 ‘좀도리’를 보고 본받아 꾸준히 저축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모인 돈이 수천만 원에 달했으나 몇 년 전 이사하면서 도난 사고를 당해 절반을 잃어버리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송 할머니는 "당시 얻은 홧병 탓인지 요즘 건강이 나빠져 이러다 기부를 못하고 죽을까 봐 조바심이 났다"며 "다행히 신부님과 힘들게 연락이 닿아 보답하게 돼 여한이 없다"고 했다.

조 신부는 "처음 연락을 받고 당황스러웠지만 죽기 전에 얼굴 보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말에 직접 찾아 사연을 들었고, 잠깐의 인연을 기억하시고 찾아주신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인데 기부까지 하신다니 몸 둘 바를 몰랐다"며 "너무 큰돈이라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할머니 뜻이 완고하셔서 받아들였고, 사회의 귀감이 되리라 생각해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송 할머니는 "더 늦기 전에 어려움을 겪는 해외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떠나고 싶다"며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김동현 기자 kd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