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경영학박사

현대사회가 디지털, AI시대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대중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소통과 존중의 휴머니즘 리더십이 필수조건이다. 휴머니즘 리더십의 성공사례는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고전에서 주로 찾을 수 있다. 고전 리더십 문화를 대표하는 초한지는 중국 초나라 ‘서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패공 유방’이 천하를 쟁취하기 위해 6년 동안 승부를 겨루었던 초한전쟁을 스토리텔링 문학으로 엮어 기록한 고전이다.

초한지의 두 지도자 항우와 유방은 출신배경부터 달랐다. 항우는 귀족 명문가출신이었고, 유방은미천한 서민출신이었다. 초한전쟁 6년 내내 항우는 전쟁의 전반적인 흐름을 지배했으며, 유방은막강한 초나라의 기세에 억눌려 힘들게 전투를 이어나가야 했다. 초한전쟁은 모두 70회의 전투로 이루어졌다. 그 중 항우가 69회의 전투에서 연전연승했다. 그러나 마지막을 장식한 ‘해하전투’에서유방의 책사 장량이 기획한 ‘사면초가’ 전략에 말려든 항우가 딱 한 번 패한 뒤 훗날을 도모할 수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항우는 태생부터 초나라 명문가 무장출신으로,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장수로 평가받을 만큼 힘과 무예가 출중했지만, 백성들에게는 두려운 지도자였다. 초나라 항우를 주군으로 모시다가 한나라 유방의 휘하로 들어가 대장군을 맡은 한신은, "사람 만날 때마다 공손하고 조심하며, 말투도 친근하여 누가 병에라도 걸리면 마음 아파하고 음식을 나누어 주지만,정작 부하에게 공로가 있어 상을 내려야 할 때면 주저하고 망설인다."고 평가했다.

항우는 매사 자신감이 넘치고 원칙에 집착하여 모든 일을 독단으로 처리했다. 능력은 출중했지만 정작 자신이 부리는 부하들에게는 인색했다. 그러다 보니 천하를 통일할 만한 큰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역사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전쟁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셴양’을 도읍으로 삼아 천하를 쟁취해야 한다는 책사 범증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향인 ‘팽성’으로 ‘금의환향’함으로서 천하통일의 주도권을 유방에게 내주고 말았다.

한편, 유방은 겉으로 내세울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지만 인간관계가 출중했다. 고향친구들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주막에서 털털하게 정담을 나누는 휴머니스트였다. 그를 따르던 인물들 역시 내세울 게 없었다. 초한전쟁 내내 전략을 수립하던 책사 장량만 한나라 귀족 출신이었고, 대장군 한신은 건달 출신이었으며, 보급을 담당했던 소하는 면 단위 아전 출신, 전투마다 공을 세우던 장수번쾌는 개장수 출신이었다. 유방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참모들의 계책을 잘 받아들였다. 군량미와 보급품을 잘 조달하는 소하에게는 재상 직위를 위임했다. 또한 백만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하고 전투를 잘 지휘하는 한신에게는 대장군 자리를 주면서 큰 공을 세우게 했다.

두 지도자의 리더십은 전투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항우는 전투가 끝나고 나서 부하들에게 "자, 어떠냐?" 하면서 무용담을 과시하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유방은 전투에 앞서 부하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소?" 하면서 의견을 모아 전략을 구상했다. 유방의 지도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휴머니즘 리더십이었다. 자신에게 충고를 하는 참모를 아꼈으며, 배신하고 떠났던 부하를 받아주는 등 넓은 아량을 베풀었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법률과 규약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제약을 고쳐 백성들이 일하기 쉽게 배려했다. 수시로 부하들의 공적을 발굴하여 상을 주고 직위를 올려주었다.

그 결과 유방은 초한전쟁 내내 항우에게 패했지만, 마지막 ‘해하전투’를 승리로 장식하고 천하통일을 이루어 한나라를 건국하고 한고조가 되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호걸을 물리치고천하통일의 위업을 이룬 한고조 유방의 성공요인은 단연코 휴머니즘 리더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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