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훈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부연구위원
양지훈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부연구위원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은 노인이 겪는 4고(四苦)와 관련 있다. 4고는 노년기에 경제력 능력, 건강, 관계, 역할을 상실하면서 발생하는 빈곤, 질병, 무위, 고독으로 인한 고통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현재 노인을 앞둔 세대는 특히 노인빈곤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높은 편이다.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 지속적인 초저출생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로 사회적 부담 증가와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 만성적인 성인병이나 치매, 간병에 따른 의료비 부담 등 노년의 경제적 위기를 쉽게 접해서다.

이에 노후 준비는 중년기의 새로운 과업이 됐다. 노후를 준비하는 시작연령도 낮아졌다. 2018년 실시된 인천시 조사에서 노후 준비 시작연령은 평균 45.3세였으나 2022년엔 평균 44.6세로 보고됐다. 노년기에 기대하는 주요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이 40.7%로 나타나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노후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고령화는 매우 급격하게 이뤄져 노인문제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2017년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는 당초 예측보다 더 빠른 시기인 2025년이면 진입하게 된다. 인천은 2027년 초고령사회가 되리라 여겨지는데, 2050년까지 장래추계에서 노인인구 증가율은 인천이 전국보다 더 높다. 인천의 고령화 시계가 더 빠른 것이다. 인천시 예비노인세대는 노후준비도를 5점 만점에 2.95점으로 중간 이하라고 평가했다.

노후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더욱 경제적 노후 준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천시 조사에서 63.1%는 노후생활비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근로소득이 노년기 주요 소득원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3.8%에 달한다. 노년기에 소득을 위해 일하겠다는 비율도 38.5%다. 그러나 경제적 준비만큼 삶의 다른 영역들에 대한 노후 준비도 필요하다.

신체적 건강과 비교해 정신적 건강은 놓치기 쉽다. 치매나 노후 돌봄에 대한 인식이 높아 이를 대비하지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은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 자살률이 높고, 특히 70대 이상 고령 노인의 자살률이 높다. 여러 전국 조사에서 65세 이상 우울증상 비율과 60대 이상 우울 인지율과 스트레스 인지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는 등 노인의 정신건강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노년기 여가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건강과 대인관계와도 밀접하게 관련됐다. 60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활동은 휴식활동으로 70세 이상은 약 80%가 참여한다. 취미오락활동(9.2%)이나 스포츠 참여활동(3.0%)과 같은 적극적 여가활동에 비하면 TV를 보거나 혼자 즐기는 여가활동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노인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워 함께할 수 있는 여가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 여가복지시설인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이용률은 각각 9.3%, 23.0%로 시설 이용을 늘리고 시설 외 지원 또한 필요하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노인가구는 다른 유형 가구와 비교해 1인가구와 부부가구 비율이 높은 편이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가족관계 만족도도 낮아지는 편이다. 노년기에 가족 중심에서 확대해 사별이나 거주지 이전 등 변화에 대비한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노후 준비를 위한 대표 정책은 2015년 제정된 ‘노후준비 지원법’에 따른 ‘노후준비 지원에 대한 기본계획’과 ‘노후준비지원센터’다. 인천시 또한 ‘인천광역시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지원 기본조례’를 제정했고, 2018년부터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를 설치·운영해 노후 준비를 지원한다. 고령화 시계가 빠른 만큼 인천시민의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다양한 영역을 준비할 지역특화형 정책이 지원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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