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웹툰작가 주호민 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는 금고, 벌금형 등 가벼운 범죄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판결이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됐다. 주 씨는 이날 밤 모 방송을 통해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게 된 이유와 소를 취하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그런데 당초 취지인 해명을 넘어 자신의 피해만 부각하고 비우호적인 언론을 비판하는 것도 모자라서 사건과 무관한 고인까지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주 씨 아들 아동학대 사태는 이미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장애아동의 기본권, 장애아동으로 인한 부모 간 갈등, 특수교사의 교권 등 여러 가치가 대립하며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검찰과 특수교사 A씨도 1심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이렇게 된 바에는 차라리 각자 주장과 논리에 대해 대법원까지 최종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일 수 있다. 다만, 여론전만큼은 삼가야 한다. 일방적 주장으로 증오와 갈등이 확산하고 사회가 분열되면 피해를 입는 건 우리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가야 할 사안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곁가지를 떼어 내고 사건의 본질만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일단 이번 판결에서 가장 논란이 된 ‘녹취파일 증거능력’ 인정은 법리적으로 큰 하자가 없어 보인다. 독수독과(독나무에 열린 열매는 모두 독열매로 간주) 이론은 사법기관의 무리한 수사를 막기 위해 적용되는 원칙이다. 개인이 제출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한 경우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진실의 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사익’을 비교해 증거능력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물론 주 씨 부부의 행보는 아쉬움이 크다. 같은 학교 부모들이 지금 어느 편에 있는지를 보면 더 확연해진다. 주 씨 부부는 실수한 자식의 부모로서 두 가지를 망각했다. 상대방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학교·교사에 대한 신뢰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지 모른다. 이제는 어떤 판결이 나오든 특수교사의 신실함은 법적 하자가 없는 요식행위로 바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아동 권리를 위한 다툼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교육환경을 더 안 좋게 하는 역설이 펼치지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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