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학생 학부모 10명 가운데 6~7명은 취학 전 자녀에게 한글 선행학습을 시켰다고 나타났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16~29일 전국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2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4.8%는 자녀가 취학 전 미리 한글을 배우고 입학했다고 했다.

한글을 미리 가르친 이유(복수 응답)로는 ‘학교에서 한글을 안다는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서’가 61.2%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고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아니까’,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 수단이어서’(각 32.1%)가 뒤를 이었다.

자녀가 한글을 어떻게 배웠는지 물었더니(복수 응답) 보호자가 직접 지도했다는 응답이 65.9%로 가장 높았고 방문교사 학습지 또는 과외가 27.4%로 나타났다.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응답은 24.4%, 어린이집은 22.2%였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한글 책임교육을 위해 초등 1~2학년 한글교육 시간을 종전 27시간에서 60여 시간으로 늘리고 ‘아이들이 한글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한다’는 전제로 수학 교과서 등에서 글자를 줄였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는 여전히 한글을 모르는 채 입학하는 게 다른 수업을 쫓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했다.

한글을 배우지 않은 초등 1학년이 ‘수학 교과서’와 ‘수학익힘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절반 이상인 54.3%(매우 그렇다 22.4%, 그렇다 31.9%)로 나타났다.

사걱세는 "실제로 수학 교과서 첫 부분에는 ‘친구들의 얼굴을 색칠해 봅시다’, ‘친구들의 소개를 들어볼까요?’ 같은 문장이 나오는데 이 시기 (학교) 한글교육은 ㄱ, ㄴ, ㄷ, ㄹ이나 ㅏ, ㅑ, ㅓ, ㅕ 등을 배워 괴리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의 한글 책임교육 정책이 취학 전 선행학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과반수인 53.3%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학 전 한글 선행학습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공교육 전반에서 책임교육 실현’(65.2%)이 꼽혔다.

사걱세는 "교육부가 학교에서 한글을 미리 배우고 입학했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1학년 발달 수준을 고려해 수학 교과서 내의 한글 수준을 낮추는 등 다른 교과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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