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화성시 동탄 인근에 거주하는 경기도청 공무원 선후배 4명이 MTB(산악용)자전거를 각 100만 원에 구입했다. 우리는 개인별 또는 함께 틈나는 대로 수원 광교신도시 신대저수지, 용인 동백지구, 서울 잠실 탄천 합수부, 평택 서탄 황구지천과 국제대교를 자주 라이딩하곤 했다. 

도로변에 샛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었다.
도로변에 샛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었다.

그러던 중 현직에 있는 C과장을 만났는데, 중고 자전거를 30만 원에 구입해서 홀로 부산을 다녀왔다는 게 아닌가. C과장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까 싶어 한번 도전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다들 처음에는 걱정과 농담으로 흘리다가, 2023년 2월 관심이 많은 멤버가 실행계획을 세우면서 5월에 6박 7일간 약 500㎞, 하루 평균 대략 100㎞ 내외의 부산 종주 라이딩을 하게 됐다.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 ‘우리강 도우미’에 가입해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공동 추천하는 자전거 여행수첩(국토종주 자전거길 노선도 동봉)을 구입하고, 국토종주 추진위원장(계획 수립과 내비게이션), 훈련준비위원장(사전 훈련 준비), 기록관리위원장(현장 사진 등), 회계관리위원장(회계 총무)으로 업무를 분장해 맡은 분야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팀 명칭도 정했다. 우리는 ‘생태계복원환경연구회(E.R.R.A:Ecosystem Restoration Research Association)’다.

일출 시간 여주 한강변.
일출 시간 여주 한강변.

◇여주~부산

# 1일 차(5월 13~14일)

우리는 수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후 4시 50분발 여주 직행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여행수첩에는 인천 아라뱃길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이틀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여주에서 가는 방법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여주에서 맛있는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고 이튿날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고 각자 구운 달걀 2개씩을 구입한 뒤 S모텔에 들어가 묵었다. 나는 사실 목감기가 있는 상태여서 걱정이 조금 됐다. 

4대강 국토종주 문경새재로 이정표.
4대강 국토종주 문경새재로 이정표.

# 2일 차(5월 15일) 전날 산 구운 달걀을 간단히 먹고 오전 6시께 출발했다. 자전거도로에서 보는 여주 한강변의 일출과 5월 중순 싱그러운 바람이 너무 상쾌했다. 여주에서 수안보까지 가는 일정 중에 양성에서 늦은 아침으로 소머리국밥을, 늦은 점심으로는 중간에 붕어탕을 먹고 수안보 M모텔에 도착해서 인근의 꿩탕 샤부샤부로 저녁을 먹었다. 다음 날 아침 간단히 먹을 간식으로 바나나와 곶감을 준비한 뒤 캔맥주를 한잔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3일 차(5월 16일) 새벽에 바나나와 곶감을 대충 먹고 오전 5시 30분에 출발했다. 이화령을 넘어 문경새재로 가는 코스가 힘들다고 전부터 여기저기서 들어온 터라 단단히 각오한 상태로 달렸다.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잘 넘어갔다. 아침은 문경읍 왕푸줏간에서 해장국으로 때우고, 점심은 달리고 달려서 점촌에서 막국수를 먹고 상주 낙단보에 도착했다. 

상주 관내를 통과하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대부분 하천변 도로 주변에 금계국을 심어 놨는데, 그 꽃이 라이딩하는 우리의 기분을 매우 좋게 해줬다. 그러나 상주 매협재 몇 개소 급경사는 자전거를 간신히 끌고 올라가야만 하는 심한 산등성이라서 완만하게 정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날은 다들 너무 힘들어 마시는 물을 1만 원어치나 사서 먹어도 부족한 날이었다. 삼겹살로 저녁을 먹으며 마무리했다.

남상중 전 경기도농업기술원 행정지원과장이 지난해 10월 포항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5일간 동해안 라이딩 중 송정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남상중 전 경기도농업기술원 행정지원과장이 지난해 10월 포항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5일간 동해안 라이딩 중 송정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 4일 차(5월 17일)

낙동강 줄기인 상주 낙단보에서 달려서 구미보 칠곡보를 거친 후 대구 달성보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4일 차라 익숙해질 만도 했지만, 매일 새벽 일찍 출발해서 오전에 반 이상을 달리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오후엔 날씨도 덥고 지쳐서 오전만큼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날은 전날 코스가 안 좋았던 탓에 엉덩이가 많이 아파서 조심조심 페달을 밟았다. 비교적 코스가 평지로 괜찮았고, 하천변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하천변 다리 밑 의자에서 잠깐 누워서 쉬었다가 출발하기도 했다. 

# 5일 차(5월 18일)

계획대로라면 이제 이틀만 타면 되는데 오늘은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다. 대구 달성보에서 창녕 함안보를 가야 하는데 비가 제법 왔다. 현풍에서 창녕까지 잠깐만 버스로 이동하고 창녕에서 남지 구간을 자전거로 이동하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자전거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라서 바로 옆으로 트럭이 질주하는 등 아주 위험한 주행이었다. 

이날은 버스 이동 덕분에 시간이 나서 저녁 때 스크린골프를 하고 쉬었다.

양양 38선 휴게소 기념 표지석.
양양 38선 휴게소 기념 표지석.

# 6일 차(5월 19일) 부산 종주 마지막 날로 부산 을숙도가 눈앞이다. 일찍 출발하고 도로가 비교적 평탄해 오전 10시께 양산의 낙동강변 넓은 황산(서용)공원에 도착했다. 어묵, 아이스크림 등 간식을 먹으면서 곧 목적지에 도착하겠다고 여유 있게 얘기하며 기분이 좀 들떠 있었다.

공원에서 출발 직전, 일행이 공원에 비치된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이용해 앞 타이어에 공기를 좀 더 채우다가 자전거가 넘어졌다. 이때 타이어의 공기주입기와 연결된 고리가 부러지면서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져 더 이상 갈 수 없게 됐다. 낯선 곳이고 주변에 민가도 보이지 않아 자전거 수리점을 수소문하고 여기저기 전화한 끝에 한 곳을 찾았다. 즉시 바퀴를 분리해서 한손으로 들고 달려 수리점을 찾아가 튜브를 교체 수리하는 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 바람에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달리고 달려서 해 질 녘이 돼서야 목적지인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 도착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도착하고 나니 해냈다는 기분은 최고였다. 기념사진 몇 장 남기고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 일행은 내일 귀경하려면 부산 사상구 버스터미널 주위에 숙소를 구하는 게 급하다는 생각에 마지막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터미널 주변에 숙소를 잡고, 손님이 많은 D족발에서 못 먹은 점심과 저녁을 한꺼번에 소주와 곁들이며 그간의 라이딩에 대해 평가 분석과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토론하는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뿌듯한 마음으로 시외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수원으로 올라왔다. 어느새 다 나아

생태계 복원 환경연구회 팀원들이 종착지인 부산 낙동강 하구둑 자전거길 기점에서 만세를 외쳤다.
생태계 복원 환경연구회 팀원들이 종착지인 부산 낙동강 하구둑 자전거길 기점에서 만세를 외쳤다.

버린 목감기와 함께 국토종주 5일 동안 묵묵히 달려준 자전거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포항~고성

지난해 5월 부산 종주도 벅찼지만, 10월 27일부터 5일간 포항에서 고성으로 올라오는 동해안 라이딩도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일출 전인 오전 6시 30분부터 아픈 엉덩이로 계속 이어지는 작고 큰 고개를 숨이 턱에 닿을 만큼 간신히 넘을 때마다, 출발할 때 ‘힘든데 왜 가느냐’는 집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곤 했다. 그렇지만 서늘하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은 느껴 본 사람만이 안다. 

전체 약 400㎞, 매일 80~90㎞를 계획한 일정대로 새파란 하늘 아래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동해안 가을 북풍 바닷바람을 가르며 땀을 흘렸다. 한껏 라이딩을 마치고 샤워 후 간이 잘 된 소맥 한잔의 맛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국토종주 라이딩 동안 힘은 들어도, 가끔 맛집에서 반주로 막걸리 한잔씩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만개한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진한 향을 만끽하며 서로 응원하고 힘이 돼 큰 성취감을 느끼도록 함께 고생한 일행에게 감사하고, 열심히 달려준 두 바퀴 애마가 고맙다.

지금 생각하니 자전거도로 주변의 볼거리와 관광지를 두루 더 들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벌써 퇴직 후 네 번째 해를 맞으며 올 봄 우리는 1주일 기간으로 남해안 종주를 하려고 한다. 누구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지만, 오늘은 평소 좋아하는 문구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글귀를 다시 한번 새겨 본다. 

<남상중 전 경기도농업기술원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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